문화산책

문화탐방 - 셋이서 문학관

정랑(停浪) 2016. 8. 9. 19:41

 

 

 

문화탐방

 

셋이서 문학관

 

 

 

 

 

 

천상병, 중광, 이외수, 기인 세 명이 생사를 넘어 한 데 뭉쳤다

 

천상병, 중광, 이외수의 공통점은? 기인(奇人)이다. 각자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쓴다. 그런데 은평구청은 왜 이 세 사람을 한데 묶어서 ‘셋이서 문학관’에 동시 입주시킨 것일까? 그 답은 중광이 1989년 시인 천상병, 소설가 이외수와 함께 펴낸 ‘도적놈 셋이서’라는 책에서 기인됐다.

이 ‘도적놈’ 말고도 이들에게 꼭 따라붙는 다른 수식어가 있어 각자의 개성을 뚜렷이 드러낸다. 천진무구, 무욕(無慾)으로 일관하다 하늘로 올라간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은 귀천(歸天)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뒷골목 작은 찻집 ‘귀천’하면 그의 아내 목순옥씨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일본 효고현 히메지에서 출생한 천상병은 마산중학 때 국어교사였던 시인 김춘수의 주선으로 ‘문예’지에 시 ‘강물’을 발표했고 나중에 유치환 시인에 의해 시인으로 정식 추천됐다. 1951년 한국전쟁 통에 서울상대 중퇴, 1967년 소위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죄목은 간첩 불고지죄. 중정에서 고문으로 백치상태가 되고 그 후 동가숙 서가식하다 행려병자로 정신병원까지 갔다.

동료문인과 시인 지망생들에게 500원, 천 원씩을 받아서 막걸리를 사 마셨던 천상병은 문단에서 ‘아름다운 갈취꾼’으로 회자됐다. 그의 시 ‘귀천’은 가난에 찌든 삶이었지만 고통스런 삶을 뛰어 너머 초연함으로 세상을 끌어안았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왼쪽부터  소설가 이외수, 시인 천상병, 화가 중광  

 

 

중광, 미치광이 중? 걸레스님? 한국의 피카소?

 

‘걸레스님’ 또는 ‘미치광이 중’으로 불리는 중광(重光)은 제주도 출신으로 1960년 26세 때 경남 양산의 통도사로 출가했으나 잇따라 불교의 계율을 파괴하는 기행 때문에 1979년 승적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선화(禪畵) 영역에서 파격적인 필치로 독보적 세계를 구축, 유명세를 탔다.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에 참석해 ‘나는 걸레’라는 자작시를 낭송한 뒤 ‘걸레스님’이 됐다. 1979년 미국 버클리대학교 랭커스터 교수가 펴낸 책 ‘광승(狂僧)’의 주인공이 됐다. 그후 ‘한국의 피카소’로 불렸다. 그의 그림은 미국 뉴욕의 록펠러 재단과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중광의 일화는 김수용 감독의 영화 ‘허튼소리’(1986)로 만들어졌고 이두용 감독의 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1990)에는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막걸리통에 소주를 담아 마시는 등 과도한 음주와 줄담배로 건강이 나빠졌고 1998년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로 들어가 선수행하며 달마 그림에 몰입했다. 백담사 오현스님으로부터 ‘바위처럼 벙어리가 되라’는 뜻으로 ‘농암(聾庵)’이란 법호를 받았다. 2000년 10월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그의 마지막 전시회 ‘중광 달마전: 괜히 왔다 간다’가 열렸다. 2002년 타계한 뒤 양산 통도사에서 다비식이 열렸다.

 

호, 불호의 상반된 평가있지만, 그래도 이외수는 천상 ‘썰 푸는’ 소설가

 

생존해 있는 이외수 작가는 세상으로부터 호, 불호의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고 있다. SNS를 통한 정치, 시사문제에 주장을 쏟아내는 소셜테이너로서 반대자들의 거센 항의와 조롱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그의 본업은 소설가이다. 한때 대마초사건, 문학 여제자 희롱사건 등에 얽혀 이미지가 손상되기도 했다.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견습 어린이들’이 당선되고, 1975년 ‘세대’ 문예현상공모에서 중편 ‘훈장’으로 신인문학상을 받고 전업작가가 됐다. 학원강사를 때려치우고 중편 ‘장수하늘소’(1981), 장편 ‘들개’(1981), ‘칼’(1982) 등을 발표, 고정 마니아 팬을 확보했다. 2002년 ‘괴물’, 2008년 ‘장외인간’에서는 환상적 기법이 가미된 유미주의 경향을 띠었다. 화가로도 활동, 수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2006년 선화집 ‘숨결’을 출간했다.

문사철(文史哲)의 인문학이 아무리 ‘돈이 안 된다’지만, 그래도 사람 냄새나는 쪽은 아무래도 그쪽 세계다. 머리가 어지럽고 욕심이 과하게 자신을 얽매어 붙잡거든 북한산 둘레길 진관사방향 은평 한옥마을 어귀로 발걸음을 옮겨볼 일이다. 그곳에 ‘셋이서 문학관’이 있다.

 

 /김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