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송서율창으로 인문학 배운다

category 문화산책 2016. 8. 26. 17:29

    


글관리메뉴

2015년 7월 21일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이 명문화되어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2017년 대학입시부터 반영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중·고교생은 무한 입시 경쟁에 매몰돼 인성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대학입시 때부터 ‘평생 갑(甲)’이 되기 위해서 남다른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인성교육을 세계 최초로 명문화시킬 정도로 ‘인성 불모지’가 됐다는 말인가.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를 봉양하고, 남과 더불어 잘 사는 배려심을 함양하는 ‘21세기 선진국형 인간 개발’이 인성교육의 본질이라면 ‘송서율창(誦書律唱)’ 공부가 적격이다.

 

송서율창 4(크기변환)


송서율창을 배우고 있는 중·장년 전수자들. ⓒ김동철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 도리를 소리로 배운다


많은 사람들이 생소하게 느끼는 ‘송서(誦書)’는 산문으로 된 고전을 읽고 외우는 것이고, ‘율창(律唱)’은 오언율시나 칠언절구 같은 전통시를 노래조로 읊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글(書)을 노래(唱)로 부르는 것이다.

송서율창은 위기지학(爲己之學)이다. 즉 자신을 수양해서 실생활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실용교육이다. 사서오경(四書五經) 가운데 충(忠), 효(孝),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에 대해서 공부하고 바로 실천에 접목시킬 수 있다.

성현들의 금과옥조(金科玉條)같은 말씀을 복식호흡으로 읽고 외우다보면 자연히 몸으로 체화(體化)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예로부터 듣기 좋은 소리 세 가지가 있다. ‘삼희성(三喜聲)’인데 갓난아기 울음소리, 다듬이질 소리, 그리고 글 읽는 소리다.

입으로는 소리 내어 읽고 그 소리는 뇌를 공명(共鳴)하고 다시 온몸으로 내려와 ‘명문(名文)이 곧 수신(修身)’이 되는 비상한 경험이다. 입신출세를 마음에 둔 선비들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외치면서 공부하던 그 방법이다.

때마침 2018년부터는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사회, 윤리 교과서에 한자와 한글을 병기(倂記)한다고 한다.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다. 따라서 송서율창은 인성 함양과 한자도 배울 수 있는 일석이조 방법이다. <천자문>을 비롯해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주요 고전에 수록된 효행, 충신, 열녀, 효부, 위인 등에 관한 것은 물론, 시(현대시 포함), 고대 시가, 동요, 명문 등 문학적 수월성이 풍부한 작품도 송서율창으로 가능하다.

 

송서율창공연2(크기변환)


공연을 마친 유창 선생이 문하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김동철


전수 통한 인문학 기행, 치매 예방은 덤


인성교육은 비단 초·중·고교생들이 입시교육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역할 모델이 되는 어른들이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적벽부(赤壁賦)’나 ‘금사정(錦社亭)’ 또는 ‘사친(思親, 신사임당 시)’ ‘촉석루(矗石樓)’ 같은 시조를 읊으면서 문학, 역사, 철학, 음악의 인문학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 어르신의 치매 예방은 덤이다.

‘송서율창 서울시 무형문화재’ 유창 선생은 지난 5년 동안 67명의 송서율창 이수자를 배출했다. 지금도 100여 명이 넘는 전수생들이 송서율창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아~.” “때로 배우고 익히면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 낭랑한 목소리는 종묘 담벼락을 따라 거리로 퍼져 나간다.

인성교육이 의무화되는 시점이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이나 신하나 어버이나 자식이 모두 제 이름에 맞게 역할을 하면 무슨 걱정이 있을 것인가.” 공자의 정명(正名)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