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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앓는 ‘명품학군’

‘공부 잘 하는 학교가 생활지도도 잘 한다?’

‘아니었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학교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많이 나온 다섯 곳 중 두 곳이 강남구(15.1%, 4위)와 송파구(15.1%, 4위)였다. 양천구(14.3%, 11위)도 서울 전체 평균(14.2%)을 웃돌았다. 서초구(12위)는 14.2%로 평균과 같았다.

강남 8학군을 포함해 ‘교육특구’라고 불리는 이곳은 고학력 고소득 학부모가 많이 살고 사교육 열풍이 심한 지역이다. 그리고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소위 ‘명품학군’이라는 별명이 붙어 아파트 시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역에서도 학교폭력이 평균 이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교과부가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공부 잘하는 학교도 학교폭력의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많이 나온 학교들 50위 안에서 학업성취도와 대조해 보니, 최소한 10 곳 중 4 곳이 학업성취도가 평균보다 뛰어났다.

초등학교 경우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많은 학교 50위 안에서 22곳이 중상위권 이상(학업성취도 40% 이내)이고, 그 중 8곳은 상위권 학교(학업성취도 20% 이내)였다. 중학교는 50위 안에 든 학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곳이 중상위권 이상이었고, 그 중 7곳이 상위권이었다. 고교는 50위 안에서 20곳이 중상위권, 그 중 7곳이 상위권이었다. 이렇듯 공부와 학교폭력과는 별개의 동떨어진 사항이 아니었다.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는 응답에서도 초등학교의 50위 안에 든 학교 중 23곳이 중상위권이고, 그 중 8곳이 상위권이었다. 중학교는 50위 안에 든 학교 중 30곳이 중상위권이상이었고, 그 중 10곳이 상위권이었다. 고교는 50위 안에 든 학교 가운데 17곳이 중상위권 이상, 그 중 7곳이 상위권이었다.

중학교 2학년 딸(14)을 두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학부모는 “학교폭력은 시골의 읍 면이나 낙후된 변두리 지역 이야기로만 치부했는데, 그게 아니라 걱정이 많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성적만능주의에서 친구는 더 이상 돈독한 정을 나누는 어깨동무가 아니고 치열한 경쟁자일 뿐이다. 이 상황에서 친구에게 필기노트를 절대로 빌려줘서도 안 된다. 성적지상주의가 만들어 낸 극단의 이기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국회 김춘진 의원실과 함께 전국 17개 사교육 과열지역 초중고생 7087 명과 학부모 40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교육 과열지역 초중고생의 수학 선행학습 참여비율이 70%가 넘고 공부시간도 과도해 아동 인권 침해수준”이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조사대상은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노원, 양천구와 경기도 분당, 수원 영통, 수지, 일산, 평촌 및 인천 연수구, 대전 유성구, 대구 수성구, 광주 남구, 부산 금정, 해운대구, 울산 남구 등 모두 8개 시도 17개 지역이었다.

선행학습을 하는 이유가 가관이다.

‘학원에서 미리 배운 것으로 인정하고 학교 수업이 진행된다’(39.3%)와 ‘학교 시험이 선행학습을 받지 않으면 어렵다’(47.3%) 등의 응답이었다. 과도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고난도 학교 시험 등이 사교육 부담을 키우고 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선행학습금지법’의 제정을 추진한다니 이 또한 이상한 처방이 아닐 수 없다. 공부를 미리 열심히 예습 하는 것도 죄(罪)가 되는 세상이 되고 말은 것이다.

물론 지난 50년 동안 이렇다 할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짧은 기간에 압축성장(growth spurt)으로 정치 민주화, 산업 선진화를 이룬 것은 이런 향학열에 들뜬 치맛바람의 긍정적 경쟁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와 같은 틀에 박힌 성적지상주의적 발상으로 더 이상 자신의 미래를 보장받기 쉽지 않은 세상이 되고 가고 있다. 자연히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모호한 가치기준에 따른 혼란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우울증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는 인구는 271만 명에 달한다. 최근 1년 사이엔 130만 명이 우울증을 경험했다. 성인 10만8000명은 자살을 시도했다. 공황장애 등 불안장애를 경험한 사람도 245만 명으로 추산됐다. 이쯤 되면 ‘우울증 공화국’ 수준이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도달하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빈부의 격차 확대와 그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 과도한 경쟁과 생존 스트레스, 가족 해체, 취업 스트레스 및 노후 불안 등으로 분석한다.

덧붙여 우리 뇌 속의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쉽게 불안해지고 우울증이 찾아올 확률이 높다는 게 정신의학자들의 말이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아동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주제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이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학업관련이 가장 많았고, 진로, 외모, 부모의 관계가 뒤를 이었다.

학업스트레스 경험에 대해서는 고교생이 78%, 중학생 68.5%, 초등학생 33.3%였다. 성별로는 여학생(67.8%)이 남학생(55%)보다 스트레스 수준이 더 높았다.

중학생 못잖게 대학입시를 코 앞두고 있는 고교생들도 학업스트레스를 심하게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기업 진학사가 올해 초 고교 졸업자 회원 375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자살충동을 느꼈다는 응답이 1639명으로 43.6%였다.

이중 고3 시기에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한 학생이 661명(40.3%)으로 가장 많고, 고1 (21.9%), 고2(20.3%) 순이었다. 고3 중에서도 첫 모의고사 직후가 194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능결과 발표 이후(123명), 여름방학기간(120명), 수능시험 이후(115명), 9월 모의고사 이후(109명) 순이었다.

남학생(501명, 32%)보다 여학생(1106명, 51%)이 자살충동을 경험한 적이 많다는 결과도 나왔다. 자살충동을 느낀 경험이 있는 학생 가운데 600명(37%)은 성적비관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열등감과 부모와 불화관계, 가정형편 등이 주요 이유였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은 15%였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자살충동 경험이 있었다. 그야말로 ‘죽음으로 몰고 가는 입시교육’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대입수험생들에게 국영수 위주 성적지상주의의 입시중압감은 극심한 피로감을 가져온다.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불안과 우울에 방황하다가 급기야 자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극단의 선택이 강요되기도 한다. 더욱이 학업성적으로 인격까지 재단 당하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성적이 나쁘면 사회의 실패자, 루저(loser)로 낙인 찍힌다면 그 상처는 어른이 돼서까지 가지게 되는 불유쾌한 경험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교육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경북 영주 중학생 자살을 예방하지 못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지적에 따라 교과부가 700만 명에 달하는 초중고교생 전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교과부는 이번 조사결과 고위험군에 속하는 학생이 10만5000여명가량(1.5%) 발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사정평가를 실시하고, 이중 1.1%인 7만 9000여명을 전국 위(Wee)센터 126곳이 맡고 나머지 0.4%(2만6300명)는 정신보건센터 42곳에서 해달라고 보건복지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와 정신과의사들은 적잖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신건강 검사 결과 최소 10만 명에서 최대 40만 명의 고위험군 학생이 나올 수 있는데 이들을 제때에 제대로 치료하고 상담할 인력과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자칫 이들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낙인(烙印)찍기’ 같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신중론이다.

또 지금의 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들도 정서적 불안이 심각해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전문상담교사와 전문 상담사의 숫자가 태부족해서 간헐적인 방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정신건강검사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수행한 뒤 개개인에 맞는 진단과 진단 후 서비스, 맞춤형 교육 등이 필요할 것이다.

“누나가 서울대 다니는데 나도 가야 하잖아요.” 소위 명문외고의 ‘범생이’가 내신성적을 올리려고 교무실에 침입해서 USB에 시험문제를 담아 훔친 것이다. 최상위학생들이 몰린 외고에서 내신 경쟁은 치열하다. 누나가 서울대에 다니기 때문에 자기도 서울대에 가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그런 정신적 강박증은 곧 곧 범죄로 이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 교사 4명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자기 자녀를 직접 가르치고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검토까지 한 것으로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유명 사립학교에서 시험문제가 유출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내신이 치열하다 보니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교사에게 한 달에 수백만 원을 주고 과외를 받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왕따 트라우마(trauma)’가 직장, 결혼생활까지 흔든다는 보도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대 곽금주 심리학과 교수가 직장인 4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으면 직장 왕따를 당할 확률이 높다고 밝힌 것이다. 또래 집단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이 트라우마(사고 후유 장애 PTSD)로 남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 조직에 속해서도 대인관계 기피증, 피해망상 등을 겪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예일대 소아정신과 김영신 교수는 “남을 괴롭히는 행동이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 본인에게 얼마나 해로운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초등학교 때 벌써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은 남을 배려하거나 규칙을 따르지 못해, 조기에 적절하게 개입하지 않으면 학업도 품행도 점점 나빠져 장기적으로 심한 고립과 낙오를 자초하게 된다”고 했다. 또 “중학생 폭력이 심각하다지만, 그땐 이미 문제가 곪아터진 다음이기 때문에 유치원, 초등학교 때 이미 ‘조짐’을 보이는데 이 단계에서 왕따를 시키는 아이가 당하는 아이보다 마음의 병이 더 깊게 되기 쉽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따라서 예체능,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일반 학과목 교육과정도 협동과 팀워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짜고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폭력을 목격하면 곧바로 제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대검 형사부는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이 예술심리치료를 받는 조건으로 기소 유예를 해주는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검찰은 현재 만 19세 미만의 소년범의 경우 중범죄가 아니면 반성문만 제출하면 선처해주는 식으로 처리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재범을 줄일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예술심리치료는 연극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으로 한국표현예술심리치료협회 회원142명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교육에 동참한다. 검찰은 이와 함께 법무부 산하 청소년비행예방센터를 통해 체험 위주의 인성교육을 받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왕따 폭력’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 피해자 가능성이 있는 아이보다 학교 성적이 더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맞고 들어오는 것보다 때리고 들어오는 게 더 낫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가진 우리나라 부모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여실히 입증하는 과학적 조사여서 눈길을 뗄 수 없다.

전남교육청이 루돌프 어린이 사회성발달연구소(소장 고윤주)에 의뢰해서 순천시내 15개 초등학교 4학년 1872명의 정신건강을 조사한 뒤 이를 2011년 2학기 국가단위 학력성취도 평가 점수와 대조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전체 어린이 7명 중 1명(13.8%)은 전문가 소견이 필요한 ‘정신건강 고위험군’이었다. 학급당 인원을 30명으로 본다면, 눈에 띄게 남을 못살게 구는 아이(행동문제 3.69%)와 자폐증상을 보이는 아이(사회성문제 3.79%)가 각각 1~2명, 눈에 드러나게 주눅이 든 아이는 1명(정서문제 1.71%)이고 이런 문제를 2가지 이상 가진 아이가 2명 정도된다는 것이다.

그룹별 학력성취도평가 4과목(국어, 수학, 사회, 과학) 평균점수를 내보니, 주눅이든 아이들(86.2점)은 정상적인 아이들(86.7점)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남을 괴롭히는 아이들(82.1점)은 평균 4점 이상 뚝 떨어졌다. 또 자폐증상 등 사회성에 문제가 있어 교사나 또래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아이들(82.0점)과 거의 같은 수준의 점수였다. 이 2가지 이상 병이 겹친 아이들이 79.0점으로 가장 점수가 낮았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서 천근아 연세대 의대교수는 “남을 괴롭히는 아이(또래 괴롭힘)와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우울) 중에서 전자가 더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앓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최소한 초등학교 때는 자신감이 넘쳐서가 아니라 불안과 분노 같은 마음의 병을 견디다 못해 남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건국대 교육학과 박종효 교수는 “공부는 단순히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관계’로 하는 건데, 남을 괴롭히는 아이는 교사, 또래와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배우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해 성적과 품행이 모두 궤도 밖으로 밀려나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주대 교육학과 이규미 교수는 “결국 초등학교 때 나타나기 시작한 폭력 가해자들의 학력 저하 현상은 청소년기에 더 심각해지면서 성인이 돼도 실업과 범법, 사회부적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어릴 때 왕따, 폭력 당한 어린이는 7~10년 더 빨리 늙는다’는 학설이 미국 듀크대와 영국 킹스 칼리지 공동연구팀에 의해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어릴 때 왕따와 가정폭력, 학대 등을 경험한 적이 있는 어린이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텔로미어(telomere)가 또래에 비해 훨씬 짧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자매지인 분자 심리과학에 발표했다.

텔로미어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담은 염색체가 풀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유전자 조각이다. 구두 끈이나 운동화 끈 끝에 달려 끈이 닳는 걸 막아주는 마구리쇠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을 많이 할수록, 즉 나이가 들수록 닳아서 짧아진다. 연구팀은 “어릴 때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한 어린이들이 왜 커서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지를 유전자 차원에서 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부의 신(神)’ 수재들이 모인다는 한국과학기술원 KAIST에서는 왜 학생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것일까. 지난해 성적을 비관, 자살하는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목숨을 끊었다. 최근에는 대학 4년생이 “열정이 사라졌다. 순수성이 사라져 힘이 나지 않는다.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엄마, 아빠, 동생 사랑해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최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태원 의원이 카이스트에서 제출받은 재학생 건강검진 결과, 조사에 참여한 재학생 6,173명(66%) 중 884명(14.3%)이 우울한 상태로 나타났다. 또 서울공대생 1학년 학생이 유서를 남기지 않고 투신자살을 했다.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게 주변의 이야기이다.

탐욕의 성적지상주의, 과도한 경쟁이 가져다 주는 불안, 우울감은 급기야 자살이라는 절망으로 끝을 맺는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대학원생 5명 중 1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발표한 지역 사회 실습 보고서 ‘서울대 관악 캠퍼스 우울증 실태 및 관련 요인 조사’에 따르면 2010년 8~9월 이 학교 대학원생 11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19.4%가 우울증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밝혀진 대학생 우울증 유병률 7.5%의 3배 가까운 수치다.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학업과 외국어 및 업무부담(4점 만점에 2.3점)이 가장 컸고 동료 관계(2.1점), 취업 및 진로문제(2.1점), 적성 및 가치관(2.0점) 순이었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에서 29년여 교수로 재직했던 김용민 포스텍 총장의 말을 들어보자.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비롯한 대학가의 비극적인 정신건강상태는 한국보다 훨씬 심하다. 지난 20여 년 간 미국 대학생들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2배, 자살충동 빈도는 3배 정도 증가했고, 약 40%가 대학생활 중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신질환 선별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대학생 중 15%만 전문가를 찾아 상담이나 치료를 받고, 대부분 학생은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인식부족과 사회적, 개인적 선입견, 거부감 등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아이비리그나 명문 주립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중 상당수가 난생 처음으로 시련과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고교 시절 엘리트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학업 부담, 주변의 과도한 기대, 미래에 대한 불안, 사회에 대한 불만 등으로 실망과 좌절감을 느낀다. 또 가정에서 과잉보호에 의한 독립심 부족,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의 부실,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 등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학교폭력, 왕따 문제로 세상이 어수선한 가운데 또 중학 3학년생이 친구를 노끈으로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은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부산의 D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같은 학교 B군을 좋아해서 게임을 같이 하자면서 따라다녔지만, B군으로부터 거부당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는 주변 학생들의 증언을 밝혔다. 이들 A, B군은 반에서 성적이 중상위권이고 대체로 문제가 없어 보이는 모범생으로 통했다. 1학년 때 반장까지 한 A군은 3학년에 올라가서는 학교 친구들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가끔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