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폭력
‘X 찐따 병신 유괴범… 이 생물이 바로 초찌질 ○○○… 애비 장애인. 에미없음.’ ‘△△△ 바보 똥개 멍멍 짖어라… XXX는 둔팅이 아이큐 1자리 해삼 멍게… 옆에 가면 구린내랑 세균들이 다 옮을 거 같애. △△△과 XXX 싫어하는 분 꼭 가입해주세요.’
초등학생 인터넷 왕따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XXX, 미친 또라이. 씨X.’
‘아 X발 초딩새끼들 존나 부럽네.’ ‘이런 쉬뱅 조낸(존나의 변형)구려.’
10대 청소년들의 인터넷 대화방이나 게시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욕설이다.
사이버 공간에 개설된 왕따 카페에서 ‘ㅈㄲ’(X까의 초성만 딴 것) ‘凸’(가운데 손가락을 드는 서양 욕), ‘려차’(영어 욕설 fuck을 한글자판으로 친 것) 등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 넘쳐나고 있다. ‘X덕 후’(마니아를 비하하는 말. 일본어 오타쿠의 변형) 등 신종 성적 모욕도 퍼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으로 불리는 신종 학교폭력이 늘고 있다. ‘사이버 불링’은 인터넷상에서 특정인을 괴롭히고 매도하는 것. 사이버 공간에서 왕따를 목적으로 카페를 개설하고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노출하거나 집단적으로 욕설을 올리는 신종 학교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첨단문명의 이기(利器)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인격살인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사이버 세계에서 한 사람을 여럿이 동시에 공격하는 일명 ‘조리돌림’이 현실세계에서 심리폭력으로 횡행하기도 한다. 이 ‘조리돌림’은 이미 성인들의 SNS에서 선보인 바 있으나 이것이 학생들 사이에서 또 하나의 폭력수단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바야흐로 인터넷, SNS, 휴대전화가 결합해 사이버 폭력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전국 초중고교생 12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이 ‘인터넷으로 남을 따돌리기’(29.3%), ‘휴대전화로 욕하기’(30.5%), ‘인터넷으로 나쁜 소문 퍼뜨리기’(30.7%) 등에 연루됐다.
이 사이버 폭력은 가해자의 죄의식이 희박한 반면, 피해자가 느끼는 충격은 강렬하다는 특징이 있다. 성인 SNS 이용자의 경우, 어떤 사안을 놓고 이념과 정파가 다르거나 의견이 자신들의 것과 다를 때 벌떼처럼 들고 있어나 집단으로 응징하는 비이성적인 막가파 폭거(暴擧)와 매우 닮았다.
일진이 수하의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해서 24시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 언제 어디서나 통용되는 SNS 미디어를 통한 ‘지령’의 사슬을 끊어놓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왕따 중학생은 “일진이 내게 전화 늦게 받으면 1분에 한 대”라고 해서 밥 먹을 때도 항상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또 “특정 시간에 어디로 모여”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쏜살같이 달려갈 수밖에 없다는 고백이다. 만약 이를 어기면 규칙에 따라 몰인정한 무수한 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란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폭력의 온상으로 자리잡았다. 페이스북, 트위터는 물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하나인 카카오톡(카톡)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의 초등학교 6학년 P양은 카카오톡에서 누군가 ‘그룹채팅’을 신청해서 들어갔다가 10여명이 떼거리로 욕을 퍼붓는 글을 읽고 스마트폰을 꺼버렸다.
‘개거지 X이 졸라 나대네’ ‘인간 쓰레기야’ ‘우리 뒷담화 하면 그냥 안 둔다. 시X.’ ‘니기미’ 등의 욕설이 수십 개 뜨자 P양은 스마트 폰을 꺼버렸다. 같은 학교 동급생 ○양과 사소한 말다툼을 한 게 원인으로 일이 커지게 됐던 것으로 생각했다. 이와 같이 왕따 대상을 카카오톡 그룹채팅에 초대해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실시간 괴롭히는 것을 ‘떼카’라고 한다.
‘오늘도 ○○를 봤다. 시X, 기분이 X같다.’
강원도 원주의 모 중학교 A군(15)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B군을 왕따시키려고 인터넷 안티 카페를 개설했다. 카페 첫머리에는 ‘○○에게 우정을 줘서는 안 된다. 영화 같은 배신감을 주기 위해 파이팅’이라는 글이 올라있다. A군은 친구 16명과 함께 B군을 비방하는 글을 집중적으로 카페에 올렸다.
전남 화순의 중학생 P양(14)은 동급생 T양을 겨냥한 안티 카페를 개설하고 친구 9명과 함께 욕설과 비방 글을 올렸다. 이 카페에는 ‘○○싫어. 오늘 놀아줬더니 좋아해. ㅋㅋ, 아 그리고 자꾸 붙어 존나 싫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인터넷에 개설된 안티 카페 110개를 적발했다. 110개 왕따 카페 가운데 초등학생이 개설한 카페가 55개로 절반 이상이었고 중학생 카페는 45개, 고교생 카페는 10개였다.
요즘 청소년들은 인터넷 채팅, 이메일, 휴대전화,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많이 하는데 따라 이번에 실시된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에서는 사이버 폭력 부분을 조사하는데 소홀한 면이 있었다.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 수가 모두 16만7411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인터넷 채팅, 이메일, 휴대전화 등으로 욕설과 비방을 들은 것이 있다”라고 응답한 학생은 3만9104명이다. 폭력피해경험 학생의 23.4%가 사이버 폭력을 당했다는 의미이다.
한편 성관계를 맺는 중고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인터넷 동영상,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음란 성인물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음란물을 접한 경험이 있는 학생 중 ‘인터넷을 통해서 봤다’는 응답자(복수응답)가 71.2%, 구체적으로 성인 사이트, P2P(개인 간 데이터 공유) 서비스, 팬픽(팬이 스타를 소재로 인터넷에 쓰는 소설), 웹툰(인터넷 연재만화) 등이 음란물의 매체역할을 하고 있었다. 19세 미만 시청불가인 방송프로그램, 영화, 비디오, DVD가 47.3%이고 만화 소설 잡지 등 성인용 간행물이 18.3%, 19세 미만 이용불가인 게임이 17.4%, 휴대전화로 보는 만화 소설 사진 동영상이 12.8% 순이었다.
사귄 지 100일, 200일 되는 기념일에 부모가 없는 빈집이나 멀티방에서 성관계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멀티방은 PC방, 노래방, 비디오방 등의 기능을 하나로 합쳐 놓은 오락 공간으로 최근 2~3년 사이에 서울 신촌, 종로 등지에서 성업 중이다. 정부는 멀티방이 청소년의 탈선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청소년의 멀티방 출입을 금지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포했다.
초등학교 때는 여학생 치마 들추기 등이 성추행(몸을 만지거나 성적 부끄러움을 가지게 하는 말과 행동)의 기본 유형이지만, 중고교 때는 신체적인 성숙이 이뤄진 만큼 성폭행으로 커지는 경향이 있다. 내실 있는 성교육을 조기에 실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과부가 올 1~2월 전국 초중고교생 136만67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500명이 ‘성적인 부끄러움을 갖게 하는 말이나 행동, 또는 강제로 몸을 만지는 행위’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터넷의 ‘야동’(야한 동영상)이나 진한 에로틱한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은 청소년들이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실제로 그것을 실현해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는 “요즘 청소년들이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이성 교제를 아름답게 그리는 TV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 살기 때문에 남녀 관계를 동경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풍조”라는 설명이다.
특히 중학교 시절의 언어폭력이 가장 큰 문제를 초래한다고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73%가 욕을 사용하고 있고, 이중 32%는 습관적으로 욕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1명은 욕을 입에 달고 산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10월 한국교총이 중고생 각 2명에게 소형 녹음기를 지참시켜 주고받는 대화를 녹음한 결과 1명당 평균 75초에 한 번 꼴로, 1시간에 49회의 욕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욕 불감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10대는 전두엽의 통제력이 약한 만큼 가정과 학교에서 생활규칙을 명확하게 정해서 그에 맞게 행동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요즘 패륜적 애드립(ad lib)을 뜻하는 ‘패드립’ 카페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할매미(할머니) 명절만 되면 그냥 가만히 누워서 멍때리고 있다가 그냥 처자. XXX. 예전에는 침대에서 안 자고 바닥에서 재웠더니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서 오줌지려 XXX.” 패드럽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느금마(너희 엄마) 전봇대에 머리 박아서 과다출혈로 사망.”
포털사이트에 패드립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글이다. 이처럼 인륜적 도덕을 저버린 패륜 막말이 욕설과 성적 비하와 함께 확산되고 있다. 심각한 수준이다.
인터넷유머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에서 시작된 패드립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그룹 채팅이나 게임사이트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스마트폰 채팅 프로그램인 ‘카카오톡’을 통해서 서로 누가 패드립을 잘 하는지 시합하는 ‘패드립 배틀’까지 생겨나고 있다.
중학생 ○군(15)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친구들도 일상적으로 하니까 그냥 재미 삼아 한다”고 했다.
지난날 숨어서 스승이나 부모에 대한 흉을 보거나 험담을 하는 수준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개적으로 욕설까지 서슴지 않는 패륜적 수준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과의 대화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학습 및 입시중압감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욕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잘못된 문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과부가 올해 초 전국 초중고교생 136만6799명에게 제출받은 학교폭력 설문조사 응답지에 따르면 학교폭력 경험이 있는 16만7395명 가운데 30% ‘말로 하는 협박이나 욕설’을 지목했고 13.9%가 인터넷 채팅과 휴대전화 욕설과 비방을 꼽았다. ‘집단 따돌림’(13.3%), ‘돈을 빼앗김’(12%), ‘손이나 발로 구타당함’(9.7%), ‘강제심부름’(6.7%), ‘강제로 몸을 만지는 행위’(0.8%) 등 보다 욕설로 하는 언어폭력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마틴 타이커 교수팀이 2010년 12월 ‘미국정신건강의학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어린 시절 부모나 동료에게서 언어폭력을 당한 사람은 뇌의 특정 부위가 위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 언어폭력을 당한 성인 63명의 뇌를 조사한 결과,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들보(뇌량)와 해마 부위가 위축된 것을 발견했다. 뇌들보(뇌량)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주는 다리로, 이곳이 손상되면 양쪽 뇌의 정보 교류가 원활하지 못해 언어능력이나 사회성에 문제가 생긴다. 또 해마는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로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쉽게 불안해지고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 언어폭력을 경험한 707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많은 이가 불안과 우울증, 소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언어폭력을 심하게 당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다하게 분비돼 뇌들보와 해마를 위축시킬 수 있고 뇌 속에 지속적인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학교폭력을 당한 사람은 대인관계에서도 ‘또다시 내가 왕따가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나 감정을 살피는 예민함을 보이기도 한다. 왕따 경험은 이처럼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괴롭히는 악몽(惡夢)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 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최근 서울 신촌의 한 공원에서 발생한 대학생 K씨(20) 살인사건과 관련, 오컬트(악마 등 초자연적인 존재를 믿는 성격의 카페) 카페가 원인이 됐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용의자는 현장에 있던 대학생 L모씨(18)와 고교 2년생인 ○양(15)과 P군(16) 등이다. 피해자의 친구는 “K씨는 전 여자친구가 ‘사령(死靈) 카페’에 가입하며 사람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둘은 싸웠고, 카페에서 만난 지인들(사건 용의자)과도 싸우게 됐다”고 했다.
문제의 사령카페는 ‘네사카’. ‘악령’과 ‘사령’의 존재를 믿는 네티즌들이 개설한 네이버 인터넷 사령카페이다. 사령(死靈)이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악령과 달리 인간이 부릴 수 있고 이득을 주는 주체로 알려져 있다. 이들 네티즌은 “악령이 있어 사람들을 공격하기 때문에 사령을 소환하고 같이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한 공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가 아닐 수 없다.
라인하르트 할러가 쓴 ‘아주 정상적인 악’이란 책에서 300명이 넘는 살인 범죄자를 분석한 결과, 악의 근원은 병적인 기질과 힘겨운 생활환경의 영향, 악몽이 된 어린 시절의 경험, 나쁜 본보기와 잘못된 친구로 인해 정신적 각인(刻印)이 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카페에서 만나 의견 충돌이 있었고 실제로 만나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현실'과 ‘Player Kill’이 어우러져 현실 폭력이 되는 것을 ‘현피’라는 부른다.
‘현피’는 10여 년 전 폭력성이 짙은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일부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해 현실에서 마찰을 빚은 현상으로 당시에 ‘현피 뜨자’는 게시물과 댓글이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이번 살인사건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피살자 K씨가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하는 과정에서 10대 용의자들에게 ‘인간 쓰레기’ 같은 험담과 협박을 했고, 이를 언짢게 여긴 10대 용의자들이 코스프레 동아리에서 친해진 대학생(19) 등과 함께 K씨를 공원으로 유인,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것이다. 국내 최대 사령카페 1곳의 회원수가 3000여명이며 포털사이트 한 곳에서만도 관련 카페들이 50여 개 되는 상황이다.
회원가입제로 운영되는 이 같은 카페는 미래 불안과 현실 불만 등을 풀기 위해서 사이버 공간에 모인 동호인들이 소통하는 일종의 ‘해방구’로서 작용을 하고 있다. 상대방의 실체나 인격을 규명하기 어려운 사이버 공간에서 자칫 상대방을 험담하거나 욕설을 했을 때 느끼는 피해의식은 현실세계보다 더 강한 충격으로 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인터넷 게임에서 사이버 머니를 잃은 것에 격분해 만나서 상호 폭행한 것이나, 게임 중 채팅에서 욕설을 주고받다가 직접 만나서 난투극을 벌이는 것이나 모두 ‘현피’의 한 단면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인터넷 윤리문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40대 38.5%, 30대 40.3%, 20대 58.2%, 10대 76%였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것에 익숙한 디지털 문화 유저들에게 참고 견디는 인내심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옛 어른들은 ‘참을 인(忍)자가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학교폭력이 웹툰탓일까?
게임의 경우 여성가족부의 중독론과 문화관광부의 산업론 등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웹툰 심의를 착수하자 만화계가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심위는 웹툰이 폭력성 있기 때문에 그걸 보고 폭력성을 배운다는 학습이론을 주장하고, 만화계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또 다른 폭력”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만화계는 지난해 ‘2011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웹툰 ‘더 파이브’와 2011년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인 ‘살인자 ○난감’ 외에도 해외에서 화제를 모았던 ‘옥수동 귀신’과 ‘봉천동 귀신’, 영화로 만들어지는 ‘전설의 주먹’ 등이 심사대상이 됐다는 볼멘소리다.
방심위는 포털사이트 다음 연재작 5개, 파란 연재작 2개, 야후 연재작 3개 등 23개 웹툰을 대상으로 청소년 유해물 심의에 나섰다. 만화계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엉뚱한 데서 찾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1997년 만화계를 초토화시켰던 청소년보호법 사태와 맞먹는 사태”라면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 고등학생은 “최소한 만화로나마 폭력을 간접 경험하면서 스트레스 발산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어른들의 처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사출신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이뤄지는 악의적 비방이나 자살 권유, 왕따의 고통, 불법의약품 오남용 폐해에 노출되는 등 명백한 불법에 대해 능동적인 조치를 취하고 그 정보를 유관기관과 적극적으로 공유해 피해를 실질적으로 예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넓은 바다와 같은 온라인 공간을 위원회가 모두 감시할 수 없으니 비방이나 명예훼손으로 피해를 당했다고 느끼는 당사자는 적극적으로 알려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건강한 모바일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포탈, 모바일 기업의 자율적인 모니터링 시스템과 방심위의 규제가 둘 다 필요할 것 같다.
행정안전부가 한국정보화진흥원을 통해 2011년 인터넷 중독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아동(만5~9세) 인터넷 중독률이 7.9%로 성인(만20~49세)의 6.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인터넷 중독 조사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인터넷 중독률은 7.7%로 2010년도 8%보다 0.3% 떨어졌다.
인터넷 중독은 인터넷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인터넷이 없으면 불안하고 우울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상태를 가리킨다.
행안부는 또 스마트폰 이용 실태도 처음으로 조사를 벌여 스마트폰 중독자들이 하루 평균 8.2시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일반 평균 3시간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스마트폰 중독률은 8.4%로 인터넷 중독률 7.7%보다 높았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주로 쓰는 용도는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 SNS를 이용한 채팅 65.1%, 뉴스검색 39.3%, 음악감상 37.8% 등이었다.
또한 SNS에 대한 중독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SNS를 과다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2011년 10.1%로 2010년(6.2%)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3.4회에 52.4분이었다.
휴대폰 사용과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와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밝힌 자료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예일대 의대 연구진이 태아 때 휴대폰 전자파에 노출되면 성장기에 ADHD 유사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는데 이번에 발표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 초등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ADHD를 일으키는 환경요인으로는 납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최근 5년 간 혈중 납 중독이 높은 어린이일수록 ADHD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납은 식품 포장지에 인쇄된 잉크 등을 통해 극미량이 어린이에게 흡수된다. 커피믹스의 겉포장지로 뜨거운 커피를 젖지 말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명의 이기(利器)가 흉기(凶器)가 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휴대전화 이용도 절제모드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 인터넷 중독률은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13.0%), 다문화가정(14.2%), 한 부모 가정(10.5%)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말투나 외모 등에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과 탈북자 가정의 청소년들은 게임 중독에 빠져들 확률이 더 높다는 뜻이다.
성인 중에는 20대 중독률이 9.2%로 40대(4.7%)보다 2배 가량 높았다. 대학생(11.0%), 무직자(10.1%) 중독률이 높은 편이었다.
“부모가 육아 스트레스가 생기면 좀 편해지려고 아이들의 인터넷 이용을 방치하는데 중독은 나중에 끊기가 힘들기 때문에 평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정보화진흥원측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 음란물 무방비인 스마트폰 대신 저가형 휴대전화인 피처폰을 사주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터넷 접속 기능을 아예 차단해서 만화도 못 보게 하고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고육책으로 휴대전화 대리점에는 젊은 엄마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유대인 못잖게 ‘치맛바람’이 드센 코리안 맘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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