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의 명(明)과 암(暗)
임금, 스승, 아버지는 한 반열에 있다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니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존경의 말은 이미 골동품이 되었다. 교사가 얼마나 고된 직업인지 ‘선생의 X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도 있다.
이 시대 우리나라에서 교사는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사임용고시는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교사야말로 ‘철밥통’의 직장인, 62세 정년까지 보장되는 ‘신(神)의 직장인’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요즘 와서 학교폭력, 왕따 문제가 불거지자 교사들의 직무유기를 지적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져 스타일이 좀 구겼지만, 그것도 잠시 한바탕 광풍(狂風)이 불고 나면 곧 끝날 일 것인 같다.
1991년 제정된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존경의 대상으로 대접을 받아왔다. 특히 “교사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교사는 월급도 많고 안정적이며 긴긴 방학 때도 쉴 수 있는 ‘꽃 보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또 “교사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학교장 동의 없이 학교 안에서 체포되지 않는다”는 ‘불체포 특권’이 마치 국회의원 못잖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5년 차 경력 중등교사의 연봉은 구매력 환산 5만2699달러(2009년)이다. OECD 35개국 평균 4만1701달러보다 1만 달러 이상 많다. 1인당 평균소득 대비 교사 급여 수준은 한국이 1.95배로 세계 1위이다. 62세 정년 후 평생 연금은 먹고 사는데 전혀 걱정 없을 만큼 받는다. 참고로 15년 경력의 미국 중학교교사는 한국(618시간)보다 450시간 더 많은 연간 1068시간 수업을 하고 연봉은 국민 평균소득의 0.96배인 4만4614달러를 받는다.
우리나라 여교사의 경우, 교사가 되자마자 뚜쟁이들이 달라붙어 판검사, 의사, 교수와 연결시키기 위해서 난리를 친다. 오죽하면 여교사를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인지 소위 SKY대학보다 교대가 인기가 더 높다고 한다.
이렇듯 교직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비해 참 스승에 대한 이야기는 가뭄에 콩 나듯 들릴까 말까 한 게 오늘날 현실이다. 학과 성적이 좋은 우수한 교사들이 일선 학교에 많이 부임했는데 왜 현장에서 폭력과 왕따 문제는 수그러들지 않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곪을 대로 곪아 터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처방전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침내 이 고질병(痼疾病)을 해결하고자 대통령과 국무총리, 교과부, 법무부 등 각부 장관들이 뛰쳐나와 학교폭력 근절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여전히 학교폭력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중학생의 투신자살은 계속 이어졌다. 그야말로 백약(百藥)이 무효(無效)였다.
어찌 된 일인가.
일각에서는 교사들이 도전을 피하고 안정된 직장 찾기에 골몰했던 결과의 탓이라고 지적한다. 교사들의 권익을 위한다는 교총마저 “여교사 비율이 높고 남자교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적어 학생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남녀교사 비율의 조정을 교과부에 건의해놓은 상태이다. 교사의 ‘여초(女超) 현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성적만으로 교사가 되는 상황에서 남자보다 여성의 교사 진출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아이러니컬하게 성적지상주의가 낳은 비극이 지금 학교현장에서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초(女超)현상에서 남자교사는 갈수록 희귀한 존재가 되고 있다. 초중고교 교사의 76%가 여자이고, 중학교도 여교사 비율이 67%에 달한다. 언젠가 EBS방송에서 의정부 여자중학교 학생들의 생활을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여자중학교라는 특성 때문인지 남자교사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2009년 7월 한국 교총이 교사 549명에게 ‘교사 성비(性比) 불균형이 학생 지도에 지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대답이 90%였다. 여교사들은 “남교사 비율이 30% 이상 되도록 교육감에게 조정 권한을 주자”는 방안에도 78%가 찬성했다. 교사들은 교단의 여초(女超) 현상이 학교 붕괴의 한 원인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2008년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여성 학부모의 83%가 ‘남교사 증원을 바란다’는 답변을 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청소년 성장발달 과정에서 남녀의 성별 차이가 있는 만큼, 남자 아이들이 여교사에게서만 배운다면, 남자교사에게서 배울 수 있는 다른 역량을 놓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즉 남자교사의 부족은 어린 학생들이 남성 역할모델을 경험하지 못한 채 성장하게 된다는 뜻이다.
참고로 영국 런던 정경대연구팀에 따르면 남자교사의 부족은 남학생들의 학업부진이 원인이라는데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 말같다. 여자교사들은 같은 성(性)인 여학생들에게 관대해 더 좋은 점수를 준다는 지적도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여자 아이들이 지적 발달이 더 월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남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데 남자교사의 역할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특히 OECD국가에서 이혼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빠 없이 성장하는 싱글맘 자녀들이 늘어가는데 따라 남자교사의 역할은 더욱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정치권에서는 교육개혁과 현실에 맞는 학교폭력방지에 대한 입법적 노력을 해줘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 동안 법이 없어서 학교폭력이 방치된 것은 물론 아니다.
교사와 교장의 의식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수없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귀를 막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 측면이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패싸움이 나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또 학교 운동장에서 남녀 학생 수십 명이 모여서 집단으로 흡연을 해도 내다보는 선생님 한 명 조차 없는 게 오늘날 학교 현실이다.
“학교에 일진이 있느냐”는 학부모의 물음에 오히려 화를 내면서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불명예 폭력학교가 되면 좋겠습니까”며 체면과 명예에만 집착해온 게 사실이다.
선생님을 선생님답게 안 보고 ‘귀찮고 이상한 존재’로 보는 학생들이 늘고 있고, 교사들 또한 학생의 잘못과 어려움을 못 본 체하고 피해버리는 데서 스승과 제자와의 돈독한 정이 쌓일 리는 만무하다.
학교폭력의 근절은 일선 현장에서 학생들을 매일 모니터링 하는 교사가 그 답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왜 교사들은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을까. 교육청이나 교육지청으로부터 쏟아지는 ‘학교폭력대책 예방 및 실적’을 취합 보고하라는 명령에 짜증이 나서 아예 손을 놓아버린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학생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교사로는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부담임제를 한다면 담임은 수업과 상담 등 생활지도에 올인 하고 부담임 및 비정규직 교사는 행정업무처리를 처리하는 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감이 되기를 포기한 ‘감포(監抛) 교사’들도 교육자의 사명을 위해서라도 발벗고 나서서 마지막 혼(魂)을 불태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사들의 담임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전국 초중고교 학급은 모두 23만9000여 개이고 교사의 수는 42만2500여 명이다. 교사 57%가 학급을 맡아 매달 담임 수당 11만 원을 받는다. 학교폭력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관심이 집중되자, 교사들 사이에서 “11만 원 안 받고 담임 안 맡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졌다.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사춘기의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을 맡으려는 담임 교사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특히 학생인권조례를 앞세워 두발이나 복장 단속에 대드는 학생들을 다루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교장이나 교사나 학교현장을 바꾸려는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어서 사기를 올려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때이다.
필자가 아는 경기도 한 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은 교장실을 아예 개방시켜놓고 학생 누구나가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필자는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영화감상 20시간(주1회 2시간씩)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20여 명의 학생들이 교장실 소퍼 의자에서 앉아서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했다. 이 학교는 학교 왕따문제 학생을 교장선생님이 직접 상담하고 화해의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는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교사의 임무를 수행한다면 학교폭력은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학교폭력을 무조건 교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도 무리한 발상이다. 가해학생의 돌발성, 우연성, 계속성과 누적성 등 여러 요인을 일일이 교사가 다 예측하고 예방하기란 역부족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대리감독자로서 보호, 감독할 의무가 있는 이상,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에 대해서 나 몰라라 눈 감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중등교원 역량강화 연수’에 참석한 한 중학교 담임교사는 “사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아는 교사들이 드물다”고 털어놓았다. 또 중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는 한 교사는 “교육청이 공문을 여러 번 보냈고 교감이 의무적으로 참석하라고 해서 그냥 연수에 왔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교사들의 적극적인 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의 언어폭력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체육교사에게 “몸만 쓰니까 머리가 나빠 애들을 못 가르친다”거나 수업시간에 휴대전화가 울려서 압수하면 “왜 남의 물건을 훔쳐가느냐”며 대든다. 대구에서 여고생이 목걸이를 하고 와서 교칙에 따라 압수했더니 학부모가 찾아와서 “왜 남의 목걸이를 빼앗아 갔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왜 우리 아이 반장 안 시켜주느냐”는 등의 폭언에 머리채까지 잡힐 때 교사들은 깊은 회의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2007년 경기도 시흥의 중학교 K교사는 두발 상태가 불량한 3학년 남학생의 머리를 잡고 “두발을 정리하라”고 훈계했다. 마침 자녀 두발 문제로 학교를 찾은 학부모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K교사의 뺨을 때리고 가방으로 폭행했다. K교사는 전치 4주 진단을 받아 병원에서 한 달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학부모는 벌금형으로 끝났다.
또 지난해 강원도 초등학교 졸업생 학부모가 예전의 담임을 찾아가 학생들 앞에서 머리채 잡고 폭행해 전치 2주 상해를 입혔다. 말리는 다른 교사 2명도 10일과 1주일의 상처를 입었다. 학부모는 약식기소에 벌금형이 내려졌다.
학부모는 교사를 믿지 못하고, 교사는 학부모의 등장에 소름이 끼칠 정도여서 서로 으르렁거리는 앙숙(怏宿) 관계가 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외국의 경우 학교 내에서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할 경우 일반 사건보다 더욱 엄중하게 다룬다. 미국의 대부분의 주에서는 학부모가 교실이나 교무실에 출입하기 위해서 교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싱가포르는 학교 정문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안토니 밀러 미국 교육부 차관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면 때때로 퇴학조치를 하기도 한다”면서 “교사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생을 학교에서 쫓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일이 간간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 “미국의 학부모들은 자녀 지도 문제로 교사와 대립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교사들을 위협하거나 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만약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면 경찰이 폭행죄(assault and battery)로 가해 학부모를 체포하고, 피해 교사는 따로 민형사상 고소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학교풍토(school climate)를 바꾸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교장과 교사가 좀 더 학생 개개인에게 맞춰 가르치고,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갖도록 하면, 교사에게 반항하거나 폭행하는 학생도 줄어둔다는 것이다. 결국 교장과 교사가 먼저 고민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무관용(無寬容, no tolerance)의 엄벌주의를 실시하는 독일은 처음 폭력이 일어났을 때 곧바로 담임이 부모를 호출하고, 두 번째 폭력을 저지르면 교장이 호출한다. 세 번째는 바로 전학이나 퇴학이다. 전학의 경우 100km 떨어진 곳으로 가해학생을 전학시켜 피해학생과의 격리를 취한다. 엄벌주의와 함께 모든 학교에 사회복지사를 배치한다.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 실업계 학교인 레알슐레, 보통학교인 하웁트슐레 등 교육시스템에 따라 사회복지사를 배치, 학생들의 가정환경과 친구관계 등의 상담지도와 함께 학생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재능과 특기를 찾아주기 위해서 열성이다.
사회복지사와 별도로 60시간 동안 학생들의 폭력문제를 방지하고 화해시키는 학교폭력전담교사도 배치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입장과 역할을 바꿔서 하는 역할극, 체육시간의 증대 등도 학교폭력을 방지하는 시스템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원 가야 하는데 숙제를 많이 내주면 어떻게 하느냐”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우면 ‘왜 깨우느냐’”는 것은 기본이다. 학부모로부터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니까 학교에서 잠이라도 재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는 말문이 닫힐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싸움현장이나 흡연현장에 아예 눈을 감아버리는 것도 “골치 아픈 일에 개입해서 자칫 학생들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할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라는 현장 교사의 솔직한 고백도 나온다. 교권이 땅에 떨어진 가운데 학생들로부터 야유와 놀림을 당하는 교사들의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교권 추락과 관련해서 ‘선따’라는 새로운 비속어가 유행하고 있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무리 지어 선생님을 따돌리는 수법이다. 수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허황된 질문을 계속 하거나, 수업 중 책상을 일부러 넘어뜨리거나 하는 것이다. 더욱이 “선생님 얼굴이 진짜 못생겼다” 면서 인신공격을 하면 아이들이 동요해 웃음폭탄을 쏟아낸다. 특히 학기말이 되면 학생들이 참여하는 교원평가를 빌미 삼아 대놓고 선생님을 곤란하게 협박(?)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기파와 비인기파가 갈린다는 게 한 교사의 하소연이다.
지난 5월 15일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한국교총이 전국의 교원 32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8명(81%)이 “교직에 대한 만족도와 사기가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스스로 교단을 떠나겠다고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는 2009년 3083명, 2010년 3841명, 2011년 4393명으로 해가 갈수록 늘어났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3517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자녀가 교사 되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도 2007년 53.8%에서 올해 23.9%로 크게 줄어들었다.
명예퇴직 증가원인에 대해서 70.7%의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교권 추락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학교폭력이 심하고 사춘기 학생들이 대드는 경우가 많은 중학교에서 교사들의 명퇴 신청이 크게 늘었다. 2009년 934명, 2010년 1241명, 지난해 1699명으로 2년 만에 28%가 늘었다. 같은 기간 초등학교가 45%, 고교는 55% 증가했다. 교사가 많은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서울은 올 해 2월 명퇴 신청자 919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457명이 예산 상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교단을 지키게 됐다. 이러다 보니 교사로서 사명을 요구하고 학생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명예퇴직 신청자 교사들은 지난해 같은 시기 592명보다 30% 늘어난 769명이다. 명예퇴직 교사 숫자는 8월 말 기준으로 2009년 256명, 2010년 494명, 2011년 592명, 2012년 769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명예퇴직은 재직기간 20년 이상 되어야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교사들은 명예퇴직을 하면 62세 정년까지 남은 기간(최대 10년) 동안 받을 월 급여의 25~50%를 명예퇴직 수당으로 받고, 연금도 받게 된다. 명예퇴직을 하더라도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기 때문 학생인권조례니 교육과정 개정 등으로 혼란스러운 교육환경을 떠나려는 이유가 된다는 설명이다.
사립학교의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서 기간제 교사를 늘리려고 하고 학교폭력이 상대적으로 심한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담임을 정규직 교사들이 기피하면서 기간제 교사가 담당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 출신의 L씨(29)는 3년 간 중학교 2곳에서 기간제 국어교사로 일하는데 “야단 맞은 일진 학생이 서울대 나와봤자 계약직”이라면서 “교사도 아닌데 왜 잘 난 척하느냐”는 소릴 들었다고 했다.
교사들은 교육적 사명과 개인 스트레스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교사들은 싫든 좋든 간에 항상 찡그리지 않고 미소를 져야 하는 ‘감정 노동자’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사 생애 단계별 역량강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1명의 평교사는 ‘적응기-자립기-승진 고려기-퇴직 준비기’ 등 4단계를 거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초임기에는 학부모 등 다양한 관계에 지혜롭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20~30대 교사는 몸을 쓰는 ‘일꾼’으로 30~40대 교사는 머리를 쓰는 ‘브레인’으로 통한다. 이 시기엔 스스로를 낮추고 토를 달지 않아야 한다. 서울의 한 여자 초등교사(29)는 “수시로 찾아오는 학부모들을 대할 때 좌불안석이었다”고 밝혔다.
교사 5년 차를 넘기면 자립기이다. 서울의 한 공립고 여교사(38)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자료집이라도 만들면 선임 교사들이 ‘너 왜 그거 해. 연구점수 필요하니. 애 키우기도 바쁘다면서’라고 간섭해서 괴롭다”고 하소연한다.
40대 전후의 15년 차 중견교사가 되면 승진을 생각할 때이다. ‘승진에만 목을 맨 교사’는 교직 사회에서 금기시되어 있지만, 나이에 걸 맞는 자리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퇴직을 준비하는 교사는 젊은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의 기피 대상이 된다. 설사 그런 외부 반응이 없다고 해도 본인 스스로가 ‘나를 찾는 곳이 없는지’ 학교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시기이다. 동시에 제2인생에 대한 적응 불안과 노인성 신체건강 저하 등에 휘말리는 시기이다.
교직에는 또 ‘5망’이 있다고 한다. ‘열망-희망-실망-도망-절망’ 등이다. 20~30대 초임교사는 열망과 희망이 있지만, 40대 후반부터는 승진에 대한 갈등과 교직에 대한 회의 등으로 의욕이 줄어들고 정년을 앞두고는 아예 포기하고 사는 것을 빗대는 말이다.
올해 처음 시행된 수석교사 제도는 과도한 승진경쟁을 완화하고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는 교사가 나오게 되어 ‘참 교사’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야말로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이나 ‘마음은 언제나 태양’의 마크 태커리 같은 선생님을 기대해 볼만한 기회를 갖게 한다.
대부분의 교사가 ‘동네북’이 되는 상황에서 꿋꿋하게 학생생활지도와 학업능력향상에 힘쓰는 참 교사들이 있어 교육현장의 희망은 아직까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조선일보 4월 28일자는 학교폭력과 맞선 여선생님을 소개해 돋보였다.
2010년 3월 충북 청주 동주초등학교에 부임한 김미자 교사(42)는 4~6학년을 대상으로 일진실태를 조사했다. 대다수 동료교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초등학교에 ‘일진’이 어디 있느냐?” “우리 학교는 환경도 좋고 사건도 없다”고들 했다.
조사결과 3명중 1명이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답했다.
“일진이 때렸어요.” “일진이 아이들을 꾀서 야동을 봤어요.” “돈도 빼앗겼어요.”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6학년 86%, 4학년 50%가 한 학생을 일진으로 지목했다. 청주 시내 ‘일진연합’ 소속 중학생들까지 끼어들어 소위 ‘빽전(戰)’이 벌어졌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빽전’은 하급생 일진 간의 서열을 가르기 위해 상급생 일진들이 대신 싸우는 일이다.
교사 경력20년의 김 교사가 이와 같은 활약(?)을 한 끝에 학부모들의 신고도 활발해졌다.
“우리 아이 카카오톡에 일진이 ‘내 생일이니 1000원씩 상납하라’는 메시지가 떴다”고 학교에 전화를 건 것이다. 교장과 교사들은 경위를 조사하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부모를 모아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밤 10시 이후 휴대전화 사용하지 않기’ ‘컴퓨터를 거실로 옮겨 밤늦게 인터넷 메신저를 못하게 하기’ 등 공동의 규칙을 정했다. 일진 학생이 스스로 김교사를 찾아와 “이제 일진 안 하겠다”고 일진 탈퇴선언을 했다. 김 교사는 “교장, 교사, 학부모가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학교폭력은 해결된다”며 말을 맺었다.
또 조선일보 2월 22일자에 에세이에 실린 김포 양곡고 고3 이경수 선생님의 사려 깊은 다음과 같은 사연은 한편의 감동 서사시를 떠올린다.
우리학급 아이 서른아홉 명이 마음 덜 아프고 몸 덜 아프도록 보살피며 아비의 심정으로 살아가련다. 빼어나지 못해서 그리고 말썽꾸러기가 아니어서 외려 주목 받기 어려운 평범한 아이들의 쓸쓸함, 그 외로움이 깊어지지 않도록 두루두루 품으며 살련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가면 가을도 오고 겨울도 오겠지. 2월 학기초 공부 잘 하는 아이도, 좀 떨어지는 아이도 저마다 꿈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모두가 소중한 내 새끼들이다. 창 밖 텅 빈 운동장을 바라보다 한 여학생을 떠올렸다. 나를 정신 차리게 한 고마운 아이다. 몇 해 전 여름날 교무실. 1학년 여학생이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서럽게 울었다. 아이는 기말고사 점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며 나를 찾았다. 자기가 채점한 건 72점인데 점수표에는 68점으로 나왔다고 했다. 나른한 봄날임에도 아이는 졸지 않았다. 몰입(沒入)이라고 할 만큼 수업에 집중하던 아이를 보며 기운을 차리던 나였다. 아이와 함께 답안지를 확인해 봤다. 주관식 문제를 풀면서 실수하는 바람에 4점이 줄었다. 아이는 부분 점수라도 받기를 원했지만 점수를 더 줄 수는 없었다. 답을 알고 적은 것은 분명하지만, 표현이 틀렸으니 도리가 없었다. 아이를 달래서 교실로 보냈다. 안쓰런 마음으로 아이 답안지를 다시 들여다보다가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60점이나 70점이나 그게 그건데 울기까지 할 게 뭐 있어. 100점 맞을 것도 아니고 말이야. 얘가 좀 유별난 데가 있네.’
다음날 아침 아이는 환히 웃으며 꽃봉투를 내밀고 갔다. 긴 편지였다.
“중학교 때는 50점을 넘긴 적이 없었습니다. 항상 목표는 70점을 기준으로 하였지만 결코 이루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중간고사 때 국사를 80점 넘겼는데 부모님과 저는 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말고사에서도 국사와 사회가 70점을 넘겼다는 사실을 확인한 저는 목표가 이루어져 기분이 좋았습니다… 비록 시험을 잘 본 학생에게는 제 점수의 목표가 보잘것 없어 보이겠지만 저에게 70점은 보물입니다… 다음 학기 때 좋은 성적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편지를 읽으면서 당혹스러웠고 부끄러웠다. 70점이란 보물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유별난 애 취급을 했으니… 아이는 자기 말대로 2학기 시험에서 내가 맡은 국사와 사회 과목 모두 90점을 넘겼다.
100점보다 70점 받는 아이가 선생님이 더 절실하게 손을 내밀어 잡아주어야 할 존재이다. 이제 돌아가련다. 백지 답안지 내는 학생을 어떻게 공부시킬까 고민하는 교사로 다시 서련다. “경수 쌤! 저 국사 60점 넘었어요.” 세상을 다 얻은 듯 60점이란 성취에 환호하는 녀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교사로 돌아가련다. 1등의 아픔도, 꼴찌의 아픔도 함께 아파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또 올해 스승의 날을 맞이해서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을 받은 조연주 교사(47)는 전남 진도에서 배로 30여분 걸리는 조도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다. 고2 학생 6명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12시까지 함께 했다. 그런데 물때에 맞춰 새벽에 나갔다가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부모들이 도시락을 챙겨줄 형편이 안 되자, 학생들이 컵라면, 빵, 과자로 식사를 때우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학교에 급식실을 만들어서 밥을 해 먹였다.
“스승은 무조건 가르쳐서는 안 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는 게 그녀의 수상소감이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훈훈한 성공담 하나를 더 소개한다. 서울 I여상에는 50, 60대 선생님들이 제자들의 취업을 한 명이라도 더 시키기 위해서 증권회사와 은행 문턱이 닳아지도록 뛰어다닌 결과, 전국 특성화고 가운데 지난해 취업자수(282명) 전국 1위, 취업률(59.2%)은 서울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다. 그 동안 쌓은 경험과 열정 및 노하우가 이뤄낸 노익장(?)의 성공 이야기였다.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로 학생 체벌권이 없어졌다며 학교폭력사태에 손을 놓고 있다. 이들에게 ‘일진 폭력학교’라는 오명을 듣지 않기 위해서 학교명예는 꼭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학생폭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하는지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지난해 11월 투신자살한 서울 양천구 모 중학교 K양(14)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학교 측이 K양 부모의 학교 방문 기록 등이 적힌 교무수첩을 조작한 것을 확인했다. 이 학교 생활지도부장과 담임교사 등이 방문 기록을 조작한 것이다. 담임교사는 K양에 대한 상담 기록도 교무수첩에 적어 넣은 것으로 조사돼 경찰에 입건됐다.
그리고 몇 달 뒤 검찰은 K 양이 학우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학교폭력 방조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환경을 바꿔보고자 열심히 하는 자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매너리즘(혹은 귀차니즘)에 빠져 무사안일로 일관하는 직무 유기자가 있게 마련이다.
안타깝지만 검찰의 이번 기소사건으로 매너리즘에 빠져 ‘직장인’으로 전락한 교사들에게 경종(警鐘)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한 공립교사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중학생 두 자녀로부터 “학원이 더 학교 같다. 학원 선생님들이 훨씬 더 잘 가르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중학교 종합반에는 담임교사가 있고, 쉬는 시간에도 들어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학교 담임보다 더 자주 접할 수 있다. 자녀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 지나자 담임교사가 “아이가 학원에 잘 적응하느냐”고 했고, 과목별 교사들이 돌아가며 가정에서 학습태도와 성적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입시 스펙에 도움이 되는 각종 대회의 안내도 해주었다. 그러나 두 자녀가 다니는 중학교로부터 담임교사에게서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을 나무라지 않는 편이다. 학원을 다니느라(또는 밤새 게임하느라) 피곤할 텐데 떠들지 않고 수업을 방해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교사 묵인(黙認)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선행학습으로 미리 학원에서 공부를 했다는 전제 아래 진도를 빨리 나가거나 대충 가르치는 교사가 적지 않다는 게 많은 학부모들의 말이다.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는 학생은 수업시간이 정말 지루하고 발표시켜도 위축되기만 하고 그걸 못하냐고 그러면 정말 죽고 싶어요.” 한 학생의 말이다.
그렇다면 ‘수업 끝나고 또는 긴긴 방학 동안에 선생님이 학습부진 학생들을 불러모아서 직접 가르치든가?’라는 주문은 너무 가혹한(?) 것일까.
사교육비를 살펴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교생들이 쓴 사교육비는 20조1266억 원이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원이다.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비 절반’이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지난해 초 “올해 사교육비를 1조원 이상 경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달성을 하지 못했다. 불법학원 운영을 신고하도록 유도한 ‘학파라치’ 제도를 도입했지만 공염불로 끝났다. 대입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생각은 안 하고 ‘사교육과의 전쟁’이라는 대증적인 처방을 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와 같은 공허한 약속에 속아넘어가야 하는지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교육 강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은 요원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교육계에 참된 스승과 어른이 없기 때문에 학교현장은 더욱 피폐해져 가고 있다.
교육감 선거 후보 매수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트위터에 무죄를 주장하면서 “음흉 간악 교활한 철면피. 검찰이 그려낸 초상화 속의 나다. (나는) 정반대다. ‘넌 다른 건 몰라도 그런 성품(음흉 간악 교활한 철면피)이 없어서 내가 사랑했노라.’ 난 하느님도 이런 칭찬 하실 사람이다”라고 올렸다. 곽 전 교육감은 그 이전에도 “나는 반부패 혁신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면서 “사람들이 나를 법치주의 전사(戰士)라고 부른다”고 했다.
서울시교육감이란 자리가 어떤 곳인가. 서울 시내 초중고교의 교사와 교직원 8만 명을 지휘하고 130만 명의 학생을 보살피고 가르쳐야 할 중요한 입지에 선 교육자중 교육자의 자리가 아니던가.
‘왕따 자살’이 국가적 어젠더(agendar)가 되는 비극의 현장에서 곽 교육감의 이와 같은 발언은 대체 누구한테 들으라고 하는 것인지 얼떨떨할 따름이다.
또한 ‘진보 교육감’으로 불리는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이 순천대 총장 시절 협력업체에 편의를 제공하고, 교육감 재직 기간 중 인사청탁을 받는 대가 등으로 모두 1억3000여 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했다. 장교육감은 2010년 교육감 선거 당시 “부패한 전남교육을 개혁하는 것이 전남 교육개혁의 첫째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우파교육감의 비리도 만만찮다. 정부 당국자들이 일진(一陣)과의 전쟁을 벌이는 비상상황에서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부산시 임혜경 교육감은 2011년 4월 대형 유치원 원장 2명과 광주의 한 의상실을 방문해 이들로부터 원피스 1벌과 재킷 2벌 등 의류 3점 180만 원어치를 선물로 받은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임 교육감은 옷을 선물 받은 뒤 스웨덴 출장 길에 오르면서 옷값을 대납한 원장들과 동행했고 스웨덴 현지 학교를 방문한 사실이 그 지역 신문에 나란히 실리기도 했다.
임혜경 부산시 교육감이 누구이던가? 2010년 7월 취임하면서 한 번만 비리를 저지르면 바로 퇴출한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천명한 장본인이 아니던가. 또 서울시 교육감, 전남교육감 등 교육계 진보 수장들이 잇단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다. 입만 열면 학생인권과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그들의 말이 무색할 따름이다.
교과부가 발표한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이 심한 것으로 조사된 20개 고등학교 가운데 “우리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답한 학생 가운데 15곳이 국공립 학교이고 5곳이 사립학교였다. 3대 1의 비율이다. 또 “실제로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많이 나온 20개 고교 가운데 국공립이 16곳, 사립은 4곳으로 나왔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사범대 졸업생 대다수가 정년이 보장되는 국공립학교를 선호하기 때문에 사립교사보다 대학 성적이 우수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사가 우수한 것과 학생지도를 잘 하는 것과 별 관계가 없음이 나타난 것이다.” 또한 순환근무제에 따라 근무하는 “국공립교사들은 임기 내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된다는 의식을 가지는 반면, 사립고 교사는 평생직장이기 때문에 싫어도 ‘내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애착의 문제”라는 데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교사선발과 교사 인사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이다.
우선 대학 4년을 마치고 일선 학교에 부임하는 교사시스템의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할 것이다. 의사나 법조인의 경우 4년 플러스 2~3년의 전문 실습교육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임용시험을 통과한 뒤 2~3년 정도의 인턴 교사제를 적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기간에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학생 폭력 예방교육 및 인성심리상담, 학부모 상담, 교사의 윤리의식, 진학진로상담 및 수행평가 개발 등의 실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존의 4주 동안 교생실습을 하는 것으로 대치하는 오늘날 교사임용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교사가 되려는 사람은 학업능력개발과 인간관계 회복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멘토링 지도사 교육을 반드시 이수할 것을 권한다. 이렇듯 ‘준비된 교사’만이 62세까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기나긴 시간을 헛되지 않고 보람 있게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빠르게 바뀌는 세상의 트렌드에 맞게 외부 전문가를 교사로 특별채용 하는 시스템도 고려해 볼만 하다. 50줄에 들어선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 가운데는 사회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보유한 우수한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이들의 사회경험과 노하우를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일선 학교 교사로 특채함으로써 학교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더 넓은 세상을 접하게 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열린 교육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학교폭력으로 학교가 시끄럽자 부실한 학교폭력 상담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양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의 한 청소년단체에서 실시하는 학교폭력 상담사 자격증 과정은 하루 6시간씩 단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둘째 날에는 12시간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시험을 쳐서 60점을 넘으면 자격증을 발급해 준다. 지난해의 경우 1년간 20기를 배출했는데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상담사 수요가 급증해 올해는 절반도 안 되는 기간에 28기를 배출했다고 했다.
또 서울 서대문구 한 아카데미에서 실시하는 학교폭력 상담사 및 예방교육강사 자격증 과정 역시 6시간씩 3일간 수업이 진행된다. 이런 졸속 교육으로 얼마나 효율적인 상담을 할 수 있을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밥상머리부모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2부 학교 양극화 - 깨진 유리창 (0) | 2016.08.09 |
---|---|
1부 왜 폭력인가? - 일진 퇴치법 (0) | 2016.08.09 |
1부 왜 폭력인가? - 우울증 앓는 ‘명품학군’ (0) | 2016.08.09 |
1부 왜 폭력인가? - 사이버 폭력 (0) | 2016.08.09 |
1부 왜 폭력인가? - 일진의 탄생과 그 배경 (0) | 2016.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