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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 두(Can do) 정신의 부활

category 칼럼/인생2막 시론(時論) 2016. 8. 29. 17:14

캔 두(Can do) 정신의 부활

  • 생각한대로 이뤄지는 기적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

정신줄을 놓는 순간 곧 죽음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정신은 육체를 조정하는 사령탑이므로 정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치매라는 것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 생겨나는 노화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외출할 때 가스밸브나 보일러 등을 끄지 않은 것 같아 다시 집안에 들어갔다 나온 경험이 수차례 있다면 ‘캔 두(Can do) 정신’에 비상한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을 듯하다. 뒷방 노인네가 되지 않으려면 정신을 다잡아 예전의 싱싱했던 나 자신을 찾으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자기 암시를 시간 날 때마다 반복하는 게 정신건강상 좋을 것 같다. 60년대 보릿고개 시절 배고픔이 한창이던 때 한 지도자는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간단명료 구호를 앞세워 근로의식을 북돋웠다. 이 시대를 살았던 실버들은 이미 ‘캔 두(Can do) 정신’의 실험을 해 보았다. 호롱불에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했고 팔을 걷어붙이고 노동한 결과 60년대 초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는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국가로 발돋움하는 기적을 이뤘다.

 

할 수 있다고 적힌 영어 글씨/

 

우리는 먹을 양식도 없는 보릿고개를 지나왔다. 모두들 좌절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는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Jandrie Lombard/Shutterstock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구호에는 교육학 용어인 자성예언(自成豫言, self-fulfilling prophecy), 즉 ‘믿는 대로 혹은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암시가 숨겨져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캔 두(Can do) 정신’이 곧 기적으로 승화한다는 것이다. 교육학에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나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 僞藥 효과)와 비슷한 개념이다.

불교의 반야, 즉 지혜에 관한 최고의 결정판이라는 금강경의 심상사성(心想事成)은 ‘마음먹은 대로 일이 이뤄진다’는 자기암시 철학이다. 그 철학에 따르면 행동은 물론이고 생각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긍정적 사고는 긍정적 결과를 낳고, 부정적 사고는 부정적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목표의 명확함과 열정이라고 한다. 자기가 목표로 하는 대상을 여여(如如)하게 보아 그 진리를 알고 나면 재미있게 되고 재미가 있으면 집중력이 생기고, 집중력이 생기면 꾸준함이 생기고 결국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브라질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에 출전한 박상영 선수가 마지막 라운드 직전 혼잣말을 하는 모습이 동영상을 잡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그는 작은 심호흡 뒤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복한다.

 

태극기를 든 박상영 선수.

 

리우 올림픽 남자 펜싱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박상영 선수의 혼잣말이 화제가 됐다. ⓒ김동철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벼랑 끝에 몰린 10대 14 경기에 나간 박상영 선수는 연속 5점을 따내는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판 승부로 희비가 갈리는 올림픽 종목에선 적지 않은 역전 드라마가 연출된다. 박상영 선수의 역전극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역전의 감동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정치, 경제 등 많은 분야가 정지된 듯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모두가 잊고 있었던 ‘할 수 있다’는 믿음, 꿈과 희망에 대한 자기 확신을 표현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15초 혼잣말 동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뭉클해하는 것은 그 간결한 한마디가 일으키는 울림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박 선수는 세계 랭킹 21위로 올림픽에 나섰다. 작년엔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도 입었다. 그는 “펜싱을 하기 전엔 칭찬을 거의 듣지 못하는 아이였다”고 전해진다. 그의 스마트폰엔 아인슈타인의 말이 입력돼 있다고 한다. ‘인생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아무 기적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 모든 일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스무 살 청년이 답답한 우리 사회에 ‘긍정(肯定)의 씨앗’을 한껏 뿌려주었다.

박상영 선수는 중학교 때 펜싱을 하고 싶었지만 가난한 집안 살림에 ‘사치’라고 생각한 부모들은 말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가출을 결행, 반항했다. 그리고 그는 펜싱에 매진하게 된다. 그가 만약 ‘하기 싫은’ 공부에 소처럼 끌려갔다면 지금과 같은 금메달은 없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박 선수의 금메달 낭보(朗報)를 받고 우리도 다시 긍정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거 우리는 ‘하면 된다’는 확신으로 고도성장을 성취해 부유한 나라를 건설했지만 아직도 이 나라를 ‘헬(hell) 조선!’이라고 비하하고 저주하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사실 이 대목에서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 빈곤 종식의 열쇠로 한국의 ‘캔 두(Can do) 정신’을 꼽았다.

 

 

궁즉통(窮卽通)의 신비

물론 요즘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아니다.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으로 아이가 성장, 출세하는 시대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 못한 집안에서 그 많은 과외비를 대고 유학비를 마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니 비정규직 젊은이들이 ‘헬(hell) 조선!’을 외치는 것도 너무 나무랄 일은 아니다.

오늘날 현실이 어떻고, 자신이 놓인 처지가 어떻든 간에 우선 내 앞에 놓인 일을 일단 긍정심으로 바라보자. 궁즉통(窮卽通)의 신비! 궁하면 통한다는 궁즉통(窮卽通)은 궁하면 변해야 하고(窮卽變), 변하면 통하게 되고(變卽通) 통하면 오래간다(通卽久)의 정신이다. 공자가 애독(愛讀)한 나머지 책을 맨 실이 수십 번이나 닳아 없어졌다는 주역(周易)에 나오는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어 보이고, 해결난망인 난처함에 처했다고 하더라도, 궁즉통의 주문(呪文)을 외면서 긍정심을 함양해 보자. 긍정심에 따른 열정이 같이 할 때 어느 순간 막혔던 문제의 해법이 전광석화처럼 뇌리를 스칠지 모를 일이다.

옛날에 어린 자식이 배가 아프다고 하면 어머니는 아이의 배에 손을 대고 “엄마손은 약(藥)손”을 계속 읊조렸다. 그러다보면 칭얼대던 아이는 어느새 곤히 잠에 빠져들었다. 거짓 ‘위약(僞藥)’이라도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 구조에서 그 신비의 효과가 발휘된다. 즉 어머니의 정성이 아들의 상처에까지 전달되면 웬만한 병은 그대로 나아지게 되는 기적이 때때로 일어난다.

‘나을 수 있다’ ‘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과 긍정심에 뜨거운 열정이 보태지면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영국 시인 바이런의 말처럼 빛나는 다른 상황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특전사 구호와 ‘자네, 해봤어?”의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도전의식은 바로 ’캔 두(Can do) 정신’의 다름이 아니다.

“나는 할 수 있다(I Can Do)” “너도 할 수 있다(You Can Do)”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 Do)”

이 주문은 “아이고 죽겠다” “아이고 허리, 다리, 어깨야”를 딛고 일어서 백배 천배의 영험한 기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믿쑵니까?”

팁 하나.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으면? ‘다들 힘내!’가 되는 반전의 기적을 체험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