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 두(Can do) 정신의 부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
정신줄을 놓는 순간 곧 죽음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정신은 육체를 조정하는 사령탑이므로 정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치매라는 것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 생겨나는 노화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외출할 때 가스밸브나 보일러 등을 끄지 않은 것 같아 다시 집안에 들어갔다 나온 경험이 수차례 있다면 ‘캔 두(Can do) 정신’에 비상한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을 듯하다. 뒷방 노인네가 되지 않으려면 정신을 다잡아 예전의 싱싱했던 나 자신을 찾으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자기 암시를 시간 날 때마다 반복하는 게 정신건강상 좋을 것 같다. 60년대 보릿고개 시절 배고픔이 한창이던 때 한 지도자는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간단명료 구호를 앞세워 근로의식을 북돋웠다. 이 시대를 살았던 실버들은 이미 ‘캔 두(Can do) 정신’의 실험을 해 보았다. 호롱불에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했고 팔을 걷어붙이고 노동한 결과 60년대 초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는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국가로 발돋움하는 기적을 이뤘다.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구호에는 교육학 용어인 자성예언(自成豫言, self-fulfilling prophecy), 즉 ‘믿는 대로 혹은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암시가 숨겨져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캔 두(Can do) 정신’이 곧 기적으로 승화한다는 것이다. 교육학에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나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 僞藥 효과)와 비슷한 개념이다.
불교의 반야, 즉 지혜에 관한 최고의 결정판이라는 금강경의 심상사성(心想事成)은 ‘마음먹은 대로 일이 이뤄진다’는 자기암시 철학이다. 그 철학에 따르면 행동은 물론이고 생각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긍정적 사고는 긍정적 결과를 낳고, 부정적 사고는 부정적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목표의 명확함과 열정이라고 한다. 자기가 목표로 하는 대상을 여여(如如)하게 보아 그 진리를 알고 나면 재미있게 되고 재미가 있으면 집중력이 생기고, 집중력이 생기면 꾸준함이 생기고 결국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브라질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에 출전한 박상영 선수가 마지막 라운드 직전 혼잣말을 하는 모습이 동영상을 잡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그는 작은 심호흡 뒤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복한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벼랑 끝에 몰린 10대 14 경기에 나간 박상영 선수는 연속 5점을 따내는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판 승부로 희비가 갈리는 올림픽 종목에선 적지 않은 역전 드라마가 연출된다. 박상영 선수의 역전극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역전의 감동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정치, 경제 등 많은 분야가 정지된 듯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모두가 잊고 있었던 ‘할 수 있다’는 믿음, 꿈과 희망에 대한 자기 확신을 표현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15초 혼잣말 동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뭉클해하는 것은 그 간결한 한마디가 일으키는 울림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박 선수는 세계 랭킹 21위로 올림픽에 나섰다. 작년엔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도 입었다. 그는 “펜싱을 하기 전엔 칭찬을 거의 듣지 못하는 아이였다”고 전해진다. 그의 스마트폰엔 아인슈타인의 말이 입력돼 있다고 한다. ‘인생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아무 기적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 모든 일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스무 살 청년이 답답한 우리 사회에 ‘긍정(肯定)의 씨앗’을 한껏 뿌려주었다.
박상영 선수는 중학교 때 펜싱을 하고 싶었지만 가난한 집안 살림에 ‘사치’라고 생각한 부모들은 말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가출을 결행, 반항했다. 그리고 그는 펜싱에 매진하게 된다. 그가 만약 ‘하기 싫은’ 공부에 소처럼 끌려갔다면 지금과 같은 금메달은 없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박 선수의 금메달 낭보(朗報)를 받고 우리도 다시 긍정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거 우리는 ‘하면 된다’는 확신으로 고도성장을 성취해 부유한 나라를 건설했지만 아직도 이 나라를 ‘헬(hell) 조선!’이라고 비하하고 저주하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사실 이 대목에서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 빈곤 종식의 열쇠로 한국의 ‘캔 두(Can do) 정신’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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