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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아픈 노인들, 효심이 필요한 때

category 칼럼/인생2막 시론(時論) 2016. 10. 20. 14:13

외롭고 아픈 노인들, 효심이 필요한 때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
자식은 효를 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네

노부모를 모시는 아들, 딸은 ‘낀 세대’로 여간 고생스러운 게 아니다. 위로는 팔순, 구순 노인을 봉양해야 하고 아래로는 줄줄이 사탕으로 자녀들 뒷바라지에 허리가 휜다. 이 낀 세대도 지천명(知天命)의 오십 줄을 훨씬 넘어 육십 고개인 이순(耳順), 어지간히 오래 산다는 환갑(還甲)을 넘어서고 있다. 6.25 전쟁 후 출산 붐으로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720만 명으로 은퇴를 한 뒤 인생 2막 전선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베이비붐 세대들은 위아래 낀 세대로써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사람의 숙명일지라도 그 당사자가 가야 할 길은 너무나 험난한 것 같다. 아! 인생은 고해(苦海)인가.

 

바둑두는 노인들.

 

베이비 붐 세대는 위 아래로 낀 세대이다. 한국 노인들의 삶이 고달프다. 외롭고 아프고 빈곤하다. ⓒGregory Johnston/Shutterstock

 

우리 노인네들 역시 삶이 간단치 않았다. 일제 치하에서 태어나 6·25전쟁과 3년간 피난살이, 60년대 보릿고개를 넘어 70년대 조국근대화 산업의 역군으로서 경제발전에 일조했지만, 오늘날 남은 건 쭈글쭈글한 주름살에 팔, 다리, 어깨, 허리가 망가지고 지독한 외로움에 먹고사는 것마저 걱정거리가 되고 말았다. 나라는 외형상 번지르한 대형 첨단건물이 섰고 선진국 진입이라는 요란한 구호가 난무하지만, 삶의 질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노인병의 속성이다.

 

우울하고 아프고 가난한 한국의 노인들

‘죽지 못해 산다’지만, 그래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전분세락(轉糞世樂), 네 글자를 읊조리면서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한다.

노인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다는 것은 대한민국 노인의 삶의 질이 형편없다는 뜻이다. 화장실을 찾지 못하고 가족까지 기억 못 하는 치매의 위험이 상존하는데 사회복지시스템은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5년 통계청 사회지표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만 지난해 기준 662만 4000명으로 전체 인구 13.1%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 인구가 전체의 14%가 넘어서면 고령사회로 보는데 한국은 2018년 진입이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한국은 2026년 초고령사회(20%)에 도달한다. Old Korea! 늙어가는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을 벤치마킹해서 배울 것과 버릴 것을 취사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오래 살면 뭐하나? 건강하지 못하면 본인은 물론 자식들에게 고통을 나눠주게 된다. 노인의 기대수명은 82.4세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유병(有病)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은 65.4세로 17년이나 차이가 난다. 친구 K는 부모 중 한 분이 치매증상이어서 요양병원에 보내드리려는데 다른 형제들과의 마찰이 생겼다. “집에서 모시지 왜 현대판 고려장(高麗葬)을 하느냐?”는 문제였다.

집에서 모실 때 간병인 문제 등으로 경제적 부담은 장난이 아니다. 또 요양병원도 천차만별이어서 부자와 빈자 사이에 효도의 질을 갈라놓는다. ‘가난은 나라님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인가’ 그저 고개만 숙일 뿐이다.

 

병원의 노인.

 

노인이 아프면 자녀 간의 분란이 일어난다. 만만찮은 병원비와 요양비로 부자와 빈자 효도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PongMoji/Shutterstock

 

노인은 외롭다. 그래서 엉엉 울고 싶지만 울어봤자 들어줄 사람도 없다. 독거노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독거는 2004년 20.6%에서 2014년 23%로 증가했으며 노인 부부는 같은 기간 34.4%에서 44.5%로 늘어났다. 이와 달리 자녀 동거는 2014년 기준 28.4%로 10년 새 10.2%p가 급감했다. 그래서 독거노인은 경제, 건강, 소외와 관련된 문제를 모두 경험하는 위기집단으로 떠오른다.

노인 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실제 조사대상 노인의 89.2%가 당뇨,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이 중 46.2%는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복합질환자였다. 특히 전체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노인이 우울 증상을 앓고 있었다. 노년층 자살률과도 관련이 깊은 우울감은 동거 가족이 없거나 소득,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높았다. 이 비극적인 요소는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 노인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수면이나 휴식(32.5%), TV시청(24.8%), 산책(8.4%) 등을 하고 ‘없음’이 7.4%인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는 게 가장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무조건 움직여야 한다.

외롭고 아픈 노인들이 보이는가. 측은지심 인지발야(惻隱之心, 仁之發也). 진나라 황석공의 말인데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곧 인이다’라는 뜻이다. 떠나야 할 숙명을 지닌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측은한 마음을 가을햇살만큼 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김동철(전 중앙일보 기획위원)
김동철(전 중앙일보 기획위원) 모든기사보기

이순신 인성리더십 포럼 대표, 교육학 박사, 시사·문화평론가, 전 중앙일보·월간중앙 기획위원, 명지대·성결대 강의

 '환생 이순신 다시 쓰는 징비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