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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후회하는 세가지

category 칼럼/인생2막 시론(時論) 2016. 10. 26. 14:58

죽기 전에 후회하는 세가지

  •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 세 가지 

평소 알고 지내는 70대 중반 노인이 필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거의 매일 국회도서관에 나가 멘토링 교육자료를 만드는 평생교육자다. 젊었을 때 세무서에서 일하다 50대 중반에 멘토링이란 신 개념을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온 사람이다. 한때 멘토링 강의로 기업체와 학교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조용히 멘토 관련 책을 쓰고 가끔 외부 강의를 나간다.

그가 보내온 메일은 ‘인생 후회 3가지’라는 제목이었다. 첫째 베풀지 못한 후회, 둘째 참지 못한 후회, 셋째 좀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한 후회. 이것은 필자에게는 별로 새롭다 할 것이 없었다. 최근에 들렀던 한 칼국숫집에도 붙어있던 교훈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금언(金言)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교회 장로인 그는 기독교적인 사고의 바탕 위에 알프레드 아들러라는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 해설을 덧붙였다. 메일을 읽고 이 3가지 후회에 대해 나름 생각해봤다.

남에게 베푼다는 것은 배려를 뜻하는데, 배려심은 그 사람의 본바탕, 인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이 세상에 나와 우리 가족만 있는 게 아니고 피가 섞이지 않은 남도 있다는 사실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 배려심은 지하철과 술집, 음식점에서 쉽게 판별할 수 있다. 자리 양보와 친절, 기분좋은 나눔을 행하는 사람이 바로 배려의 기본이 된 인성의 소유자다.

 

아이스크림을 나누는 아이들.

 

인생에서 후회하는 세 가지 중 첫번째는 더 나누고 살지 못했다는 후회다. 잘 베풀고 사는 사람들은 인생을 공수래공수거라고 생각한다. ⓒPitamaha/Shutterstock

 

지인 중에 수십 년 동안 주변인의 배고픔을 돌보느라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리면서도 여전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남에게 퍼준 것’이 오히려 복으로 돌아와 곳간을 채워준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에 이기주의와 탐욕이 넘쳐나지만 나누고 베풀면서도 잘 살고 있는 사람 몇몇을 필자는 알고 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라는 ‘마태복음 효과(Matthew effect)’는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주창한 개념이다. 부익부 빈익빈을 설명하는 자료로 쓰이는데 탐욕이 넘치면 패가망신하는 게 인생의 본디 이치다. 탈세하면서 명품시계, 가방, 외제차를 숨겨놓고 자린고비(玼吝考妣)처럼 구두쇠 행세하는 사람들의 말로는 늘 그리 좋지 않다.

병에 물이 반쯤 찼을 때 “반밖에 안 찼어? 암, 더 채워야지”와 “반이나 찼네? 많이 찼구먼” 이 상반된 인식의 차이는 평생을 지배한다.

살면서 또 참지 못해 후회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고백건대 살면서 꽤 많은 순간, 참지 못해 일을 그르친 경우가 많았다. 입단속을 잘못한 나머지 괜히 인심까지 잃으면서 손해를 본 경험도 있다. 아마도 필자는 사회, 문화 비평가로서 세상구경에 대한 담론(談論)을 집필하기 때문에 생긴 직업병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님은 생시에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참을 인(忍)자가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참고, 또 참고 또또 참자! 예수도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다. 안 참으면? 1평짜리 어둑한 교도소가서 365일 ‘차카게 살자!’를 복창해야 할지 모른다.

 

모래시계.

 

한번 욱하는 마음이 모든 것을 망쳐버릴지 모른다. 참고 또 참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덕목이다. ⓒMin Chiu/Shutterstock

 

행복하게 살고싶은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목적은 행복일지도 모른다. 행복은 누구나 찾아 헤매지만 심마니가 산속에 꼭꼭 숨겨진 산삼을 발견하고 ‘심봤다!’를 외치듯 그렇게 찾아지질 않는다. 행복은 유토피아(Utopia)처럼 없는 땅인지도 모른다. *영어 유토피아에서 U는 없음, 무(無)를 뜻한다. 그래서 U(없음)+topia(땅)은 존재하지 않는 땅을 뜻한다.

독일 시인 칼 붓세는 행복을 ‘찾으러 갔다 없어서 울고 돌아왔다’고 이미 보고했다. 행복은 아마도 내 반 평짜리 마음속에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로또나 강남의 재개발 아파트 분양권을 가졌다고 해서 행복할까. 오늘 아침 고 최진실 씨의 어머니가 출연한 방송을 우연히 봤는데 한때 수십억 원을 벌었던 탤런트 딸의 인생은 간데없고 남은 두 손녀와 손자를 돌보는 70대 할머니의 인생이 비쳐졌다. 생각건대 인생은 참으로 무상하다. 살아생전 내 앞에 있는 그 사람에게 잘 해주는 게 행복이라고 믿고 싶다.

 

작은 섬에 비춘 빛.

 

행복, 유토피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조그마한 가슴 한 켠에 있는지 모른다. 지금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자. 그게 행복일지 모른다. ⓒLightspring/Shutterstock

 

행복하게 살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좋다. 요즘 시니어들에겐 색소폰, 스포츠 댄스, 탁구 등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이 유행이라는 데, 자신이 하고 싶고 잘 하는 것을 시작하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을까.

 

일찍이 공자는 말했다. 지지자 불여 호지자(知之者 不如 好之者), 호지자 불여 낙지자(好之者 不如 樂知者)라고. 즉 그것을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불가의 말을 빌리자면 인생은 눈꺼풀이 붙었다 떨어지는 시간만큼 찰나(刹那)에 불과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좀 무리하더라도 지금 당장 해보는 게 좋다. 시계의 초침이 째깍째깍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인생 독 3가지 ‘탐진치’

아들러의 전염론에 따르면 “공포는 전염된다. 용기도 전염된다. 당연히 존경도 전염된다” 고 했다.

나이 들어서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사람을 잘 가려서 사귀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사람인데, 사람을 잘 만나는 것 또한 복이다. 직장인의 경우 윗사람과 동료를 잘 만나야 출세도 하고 성공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디 사람 만나기가 그렇게 쉽던가.

사람은 그가 만나는 사람을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사람은 비슷한 사람들 끼리끼리 만나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의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존경심을 전염시키는 사람을 만나는 게 훨씬 행복에 가까울 것이다.

베풀고 참고 그래서 행복을 찾자는 평생교육가의 이메일을 확인한 뒤 불가의 삼독(三毒)인 탐진치(貪瞋癡)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맴돌았다. 사람의 선한 본성을 해치는 이 세 가지 독(三毒)으로는 욕심내는 탐(貪), 성낼 진(瞋), 어리석을 치(癡) 등 3가지 번뇌를 말한다.

 

돈을 움켜진 시니어.

 

탈세와 횡령으로 고급시계와 차를 가지고 있지만 자린고비처럼 산 사람들의 말로가 좋은 경우를 보지 못했다. 인생의 세가지 독 탐진치라는 번뇌를 벗어나 후회없이 살자. ⓒpathdoc/Shutterstock

 

사람으로 태어나 입과 몸과 마음으로 탐진치를 자행했다면 반드시 그 쌓인 업(業)을 소멸시켜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문제다. 사랑하기도 바쁜데 미워할 시간이 어디 있고 갈 길은 바쁜데 서산에 해는 뉘엿뉘엿 지려 한다. 지나간 5년, 10년을 생각해보라.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기대하고 갈망했던 내일, 바로 그날이다. 오늘도 나뭇잎은 가을바람에 하염없이 떨어지고 저 푸른 강물은 제3한강교 밑을 흘~러 흘러만 간다.

김동철(전 중앙일보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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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인성리더십 포럼 대표, '환생 이순신 다시 쓰는 징비록'저자

교육학 박사, 시사·문화평론가, 전 중앙일보·월간중앙 기획위원, 명지대·성결대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