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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Interview 고학찬 예술의 전당 사장

category 문화산책 2016. 8. 9. 19:25

광화문 Interview 고학찬 예술의 전당 사장

 

 

 

 

 

광복 70년 맞아 한국-북한-중국-일본 등 4개국 소년소녀합창대회 개최 제의!

 

“갈등 많은 동북아 긴장 풀려면 청소년 음악도들이 나서서 하모니 소통해야”

자유롭게 휘날리는 하얀 머리카락, 하이넥 검은 재킷, 뿔테안경으로 ‘베토벤’이란 별명을 가진 예술의 전당 고학찬(68) 사장이 예의 그 독특한 외모처럼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등 4개국 소년소녀합창대회’를 열자는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정치, 군사, 역사적 논쟁으로 너무 경직되어 있어요. 이렇다보니 긴장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잖습니까. 그래서 어른들이 못하는 국가 간 화해를 순진무구한 소년소녀들이 풀어가는 무대를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한북중일 소년소녀합창대회’는 상당히 돌발적인(?) 발상인 것 같은데요. 앞으로 추진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통일부에서는 좋다는 반응이고요, 문화부에도 곧 알릴 예정입니다. 성사됐을 때를 가정해서 공영방송인 KBS, 어린이채널 대교와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얽히고설킨 동북아에서 어른들 대신에 소녀소녀들이 문화적 소통을 위한 주역이 된다면 당사국간에 별 이견이 없을 듯한데요.

“어른들은 이해당사자들이기 때문에 싸움을 합니다. 하지만 어린 청소년들이 손에 손잡고 다양한 목소리의 하모니를 추구한다면 분명히 화해, 화합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2013년 세계리틀야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 올라간 한-일팀에서 어느 한 팀이 결승에 진출하면 응원해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결승에 진출한 한국팀에게 일본이 응원해준 것을 기억합니다. 이렇듯 어른들은 어린 청소년에게서 배워야 할 것입니다.”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찾으신 건가요.

“우리나라에서 빈소년합창단이나 파리 나무십자가 합창단이 공연을 합니다. 그러면 티켓은 매번 완전히 매진됩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음악 실력은 가히 세계적입니다. 그래서 한중일북 4개국 합창단이 구성되고 공연을 펼치면 관객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날 남북합동공연으로 동요 5곡 정도 선보이고, 피날레 때 ‘앞으로 매년하자’는 메시지를 던질 것입니다.” 그는 새벽녘에 꿈속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했다.

그의 자유분방한 창의적 발상은 PD, 방송작가, 아트홀 운영 다양한 이력의 노하우가 배어있는 내공의 결과일 터이다.

한양대 영화과 졸업 후 TBC 동양방송 PD(1970~1977년), 미국으로 건너가서 방송작가 및 뉴욕 KABS 방송국 편성제작 국장(1977~1989년)을 한 뒤 귀국, 제일기획 Q채널국장,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국장(1994~1995), 윤당아트홀 관장(2009~2012년)을 맡았다.

 

-울릉도 소극장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상영했고, 백령도에서도 군인 대상으로 했지요. 문화융성을 위한 다양한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데요.

“오페라 하나 제작하려면 약 15억 원의 예산이 드는데 3일 공연에 관객 5천 명 정도 관람한 뒤 세트는 이내 뜯어버리고 말아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영상물로 기획한 겁니다.”

클래식음악의 저변화를 위해서 예술의 전당 발레, 오케스트라 공연실황을 영상으로 제작해서 SAC On Screen이란 이름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그는 예술의 전당의 오페라하우스, 음악당 등 6개 극장을 드라마 로케이션 장소로 개방했다.

 

Begin Again! 등 영어로 붓글씨 쓰고, 전당을 드라마 촬영지로 공개하고, 클래식공연을 영상으로 만들고… 그의 창의적 발상은 끝나지 않는다

“그래야 한류드라마보고 외국관광객들이 찾아올 것 아닙니까. 취임 후 무료 가족콘서트를 열고 가곡 및 동요콘서트 등으로 예술의 문턱을 대폭 낮춰 나가고 있습니다.”

고 사장이 2013년 5월 예술의 전당에 부임한 이후 전당 방문객도 2012년 238만 명에서 2013년 293만 명으로 약 55만 명 정도 늘어났다.

영어를 붓글씨로 쓰는 등 그의 파격발상은 쉴 새가 없다.

“서예박물관 기금마련을 위해서 궁리하다가 한글서예는 잘 쓰는 사람이 많으니까 영어로 써보자고 한 겁니다. Begin Again, Let It Be... 등인데 한 개는 벌써 팔려나갔어요. 하하.”

‘아이디어 뱅크’인 고학찬 사장의 또 다른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는 대목이다. / 글, 사진 김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