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광화문 Focus (이장호 영화감독)

category 문화산책 2016. 8. 9. 19:27

광화문 Focus

 

화감독 이장호 

 

70년대 ‘별들의 고향’ 이장호감독, 이타심(利他心)찾아 영화올인!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지려하고, 없는 자의 것마저 빼앗으려는” 작금의 세태 질타 … 이타심 회복만이 상생이다

 

 

 

 

                     겨울철 어느날이었는데 바깥 날씨가 무척 추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장호 감독과 한장 찰깍! 동숭 아트홀에서. 

 

 

‘별들의 고향’ ‘바람불어 좋은 날’ ‘어둠의 자식들’ ‘낮은 데로 임하소서’ ‘일송정 푸른 솔은’ ‘바보선언’ ‘과부춤’ ‘무릎과 무릎사이’ ‘이장호의 외인구단’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 등으로 이름을 날렸던 왕년의 스타 감독.

이장호 영화감독(70)이 요즘 추구하는 철학은 이타심(利他心)이다. 영화인생 2막을 맞은 그는 이타심을 영화 속에 녹이는 작업에 푹 젖어있다. 이타심(利他心)! 기독교, 불교, 천주교, 유교 등 모든 종교가 한 가지 목표로 삼지만 그만 용두사미로 끝나버릴 때가 많은, 어렵고도 험난한 주제다. 그것은 사람이란 본래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일 터.

“우리사회는 돈, 인기, 명예 등을 추구하는 개인욕심이 너무 팽배해 있어요. 영혼은 너무나도 빈곤한데... 그래서 ‘우리에게는 영혼이 있다는 작업’을 하려는 겁니다.”

 

-영혼을 살리는 작업이라…

“영혼을 깨닫게 되는 게 바로 이타심 찾기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죠.”

그는 이 대목에서 “필요 이상의 부를 가진 자의 끊임없는 욕심은 죄”라고 단정지었다.

 

-‘이타심 찾기’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올해 초 개봉한 영화(‘시선’)를 시작으로 19년만에 현장에 돌아왔습니다. 다음 작품도 희생과 배려의 이타심을 실행한 한 주인공에 관한 것입니다.”

영화 ‘시선’은 이 감독이 19년만에 침묵을 깨고 매거폰을 잡은 작품이다.

일본 엔도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한 ‘시선’은 배교자냐 순교자냐 선택의 기로에 선 한 신부의 이야기다. 결국 배교로 결론나면서 교황청은 파문했지만, 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 신부는 자기가 전도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배교자의 길을 간 겁니다. 그 어떤 순교자보다 더 거룩한 배교자이지요.”

영화가 4월 16일 개봉됐는데, 그날이 마침 세월호가 침몰된 날이었다. 그러니 흥행은 물 건너 간 거나 마찬가지. 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

“1995년 ‘천재선언’ 개봉을 앞두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어요. 흥행참패지요. 작품 첫 부분에 성수대교 붕괴 신을 담고 있었던 영화거든요. 그래서 그랬는지...”

아무튼 두 번의 불운을 겪은 그는 ‘수수께끼’라면서 “하나님의 계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하나님의 계시?

“제가 교회 장로예요. 하나님이 시련을 주시고 더 강해져서 일어나라는 뜻으로 해석했어요.”

이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이타심’을 찾았다. 전남 광주에 살았던 한 간호사이자 선교사의 실화를 그린 것이다. 한국명 서서평. 한평생 우리여성들을 도왔던 독일계 미국여성 엘리자벳(1880~1934) 여사의 파란많은 일대기다.

“당시 이름없는 여자들 이름지어주기, 여자 간호학교, 간호학회도 만들고 버려진 여자 고아 13명을 거두어 교육시킨 뒤 광주 명문가의 며느리로 시집보내기도 했어요.”

핏덩이 나환자 요셥을 입양해서 키운 ‘한국판 테레사’에게서 이타심의 숭고함을 발견한 것이다.

 

-색소폰 노방전도에도 열정 보여

“2016년 개봉 예정으로 준비중입니다. 그런데 전남 광주시민들이 주축이 돼서 영화제작추진위를 결성하고 제작비 마련을 위한 시드머니 펀드조성, 시나리오 계약 등등 자진해서 도와주고 있어요. 이게 기적 아니고 뭘까요.”

교도소 케어 법인인 세진회의 홍보대사도 맡고 있고 색소폰을 가지고 노방전도도 하고 있다.

“길교회라고 청계산 등산로 입구에 있어요. 색소폰을 불면서 노방전도를 하는데 기다리는 인내심이 절대 필요합니다.” 그와 색소폰과 인연은 꽤 길다.

“서울중학교 때부터 서울고 1학년, 밴드반을 나올 때까지 불었어요. 지금은 ‘빛 가운데 색소폰 앙상블’이란 동호회를 조직해서 단장을 맡고 있어요.”

이 감독은 요즘같은 시즌엔 너무도 바쁘다. 그의 색소폰 실력을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의 초청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가시나무’와 ‘Via Dolorosa’(고난의 길) 등 단골 색소폰 레퍼터리를 듣고 있노라면 영혼이 차갑게 일어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 김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