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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감성인터뷰 (임충식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회장)

 





중소기업 전문경영인이 문화예술강의를 하러다닌다. 본업과 부업이 뒤바뀐 것은 아닌지,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진다. 사무관 특채, 1급 중소기업차장을 마치고 신용보증재단중앙회를 맡고 있는 임충식 회장이다. 어찌 된 사연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화예술강의를 어디서 합니까.

“주로 대학에서 특강형식으로 합니다. 기업과 단체에서도 하지요. 교회에서 딱 한번 해봤어요.” 그는 서울대, 고대, 전남대 등을 거쳐 최근에는 수원 아주대와 천안 백석대에서 특강을 했다.

 

-어떤 콘텐츠를 강의하는 것이지요.

“21세기에는 세 가지 C가 필요합니다. Culture(문화), Creativity(창의성), Convergence(융합)가 잘 융합해서 발전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중소기업과 문화예술’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문화융시대에 맞춰, ‘문화융성시대-내 삶을 바꾼 문화예술’로 바꿨습니다.”

 

-문화예술과 어떤 인연이 있었나요.

“1976년 제가 대학(외국어대) 1학년 때 국립발레단의 마임공연을 라이브로 봤다. 그 이후 세계 정상급 3대 발레단인 뉴욕시티, 런던 로열, 모스크바 볼쇼이 공연은 꼭 보자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는 이미 먹고살기에 빠듯했던 70대년 중후반, 예술공연 티켓을 사서 공연장을 드나들면서 문화감상과 경영에 대해서 눈을 뜨기 시작했다.

대학졸업 후 사무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주로 국제업무를 맡아 해외출장이 잦았다. 1986년 사무관 신분으로 파리 출장을 가게 됐다. 마침 세계 3대 발레단인 모스크바 볼쇼이 순회공연 ‘지젤’이 무대에 올려졌다. 그러나 표는 이미 동이 났고, 개발도상국 젊은 사무관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초청한 프랑스 정부 관계자에 채근했다. 그러자 일단 가서 줄을 서있다가 취소되는 자리가 있으면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었다.

 

3시간 전에 도착한 공연장 앞에는 이미 100여명이 대기중이었다.

그러나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단의 ‘지젤’을 봐야 세계 3대 정상급 발레단의 공연을 일단 한번 씩은 섭렵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공연시작 10분전인데 문이 열렸고, 한 여성이 눈을 맞추고 걸어나왔다. 표가 한 장이 있다는 사인을 보내줬어요. 그래서 꿈에도 잊지 못하던 ‘지젤’을 보게된 겁니다.”

 

그가 대학 특강에서 단골 레퍼터리로 올리는 사람이 베트남출신 피아니스트 당타이손(56)이다. 당타이손은 동양인으론 처음으로 1980년 제 10회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1위 상을 받고 ‘쇼팽을 위해서 태어난 피아니스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타이손은 월남 전쟁이 한창일 때 시골로 피난가면서 중고 피아노를 가져가 밀림 동굴에서 촛불을 켜놓고 피나는 연습을 했어요. 문화의 불모지에서 악조건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된 스토리텔링 멋지지 않습니까.”

그는 2005년 당타이손의 음악회를 직접 봤다. 전반부에 모차르트, 포레, 드뷔시 곡을 연주하고 20분 인터미션이 지나고 쇼팽의 녹턴 발라드 등을 연주했는데, 앞의 연주보다 뒤의 쇼팽 곡 해석이 너무 뛰어났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도 자신이 좋아하는 곡에 비교우위가 있구나. 아하! 이거다.”라면서 무릎을 탁 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임충식! 너만이 할 수 있는 강연을 해보면 어때?”라고. 그래서 그의 문화예술강연이 시작됐다.

러시아의 천재 연주자 예브게나 키신의 불굴의 노력모습, 미국의 정상급 피아니스트 레온 플라이셔의 장애극복 이야기, 그리고 당타이손의 숨겨진 일화를 발굴해서 강의 재료로 쓴다. 국립발레단장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일그러진 발모양에 대해서도 성공의 명암(明暗)을 이야기한다.

 

강의를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도 한단다.

“광주의 한 교회 강의 후 자살을 꿈꾸던 한 학생이 용기를 얻었다며 편지를 보내왔어요. 또 자살을 생각했던 카이스트 한 여학생은 강의가 끝난 뒤 따라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치고 절망한 사람들에게 치유를 해준다는 것도 보람이죠.”

삶과 일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강조하는 그는 ‘~ 때문에’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덕분에’라는 긍정적인 말에 성공의 포인트가 숨어있다는 인성교육까지 열심이다.

/김동철 

 

 

임충식 주요 프로필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졸, 미국 University of Delaware 공공정책학 석사, 한남대학교 경영학 박사, 세계 차세대지도자 포럼 한국대표, 서울지방중소기업청장, 중소기업청 기술혁신국장, 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장, 중소기업청 차장,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