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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돌아온 '횡보' 염상섭,

 

애주가(愛酒家)로 임종까지 소주 받아

 

‘독서의 계절’을 맞아 교보문고를 찾다보면 소설가 횡보 염상섭(1897~1963) 동상이 문 앞에 있음을 발견한다. 굵은 혹을 이마에 달고 친근한 동네 아저씨처럼 광화문 교보문고 옆 벤치에 앉아있다. 그의 동상은 1996년 문학의 해에 종묘 앞에 세워졌다가 2009년 종묘광장 정비사업에 따라 삼청공원으로 밀려났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한평생 광화문 주변 신문사(경향, 동아, 조선일보)를 중심무대로 활동해오던 언론인이자 작가였던 그는 다방골(무교동)에서 한잔 걸치고 갈지 자(之)로 걸어가는 모습이 꼭 게걸음 같다고 해서 횡보(橫步)라는 호가 붙었다. 횡보(橫步)의 본래 뜻은 옆으로 걸으며 온 세상을 돌아다닌다는 횡보천하(橫步天下)다. 수주 변영로, 공초 오상순과 함께 당대 3대 주당(酒黨)으로 꼽힌 그는 임종 순간까지도 아내가 떠주는 소주를 받을 정도로 애주가(愛酒家)였다. 그의 작품 ‘삼대’ ‘만세전’ ‘표본실의 청개구리’ 같은 소설은 한국근대문학의 뿌리이자 문학정신의 초상화(肖像畵)가 됐다. 인문학의 거장(巨匠)이 오랜만에 자신의 터, 광화문으로 돌아온 것이다. 글, 사진/ 김동철